“배꼽 인사요? 워낙 습관이 돼서….”
김아림(24·SBI저축은행)은 평균 267야드의 압도적인 장타 말고도 트레이드 마크가 하나 더 있다. 샷이나 퍼트 뒤 박수나 환호가 조금이라도 들리면 어김없이 한 손을 배꼽 위치에 대고 깍듯하게 인사한다. 보통 모자챙을 살짝 잡고 인사하는 다른 선수들과 눈에 띄게 다르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물음에 김아림은 “오래 전부터 몸에 익어서 안 하면 더 어색하다”며 웃었다. 그는 “원래는 캐디에게 클럽을 돌려줄 때도 양손으로 건네면서 고개 숙였는데 주변에서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게 어떠냐고 해서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는 몸에 뱄지만 우승 인사는 한 번밖에 못 했던 김아림이 2016년 데뷔 후 두 번째 우승 트로피에 입 맞췄다. 김아림은 14일 여주 솔모로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사흘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9월 말 첫 승 뒤 통산 2승째로 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전반기 마지막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이룬 김아림은 상금 11위에서 7위, 대상(MVP) 포인트 6위에서 3위로 올라선 채 3주 남짓 휴식 이후 후반기를 맞게 됐다.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공동 5위로 3라운드를 출발한 김아림은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쳐 9언더파 63타를 적었다. 3~5번 세 홀 연속에 후반 들어 10~14번 다섯 홀 연속 버디를 터뜨렸다. 1타 차 압박이 들어온 16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1m 남짓 거리에 잘 붙여 마지막 버디를 잡았다. 짧은 거리, 먼 거리 버디에 칩인 버디까지 안 되는 게 거의 없는 날이었다.
김아림은 드라이버 샷 거리는 1위지만 정확도는 65%로 이 대회 전까지 118위였다. 더욱이 솔모로CC는 티샷 때 양 옆에 키 높은 나무가 많은 곳이라 김아림에게 불리할 만했다. 전날 4번홀(파4)에서는 티샷으로 나무를 맞혀 더블보기를 범하기도 했다. 그 더블보기가 아니었다면 공동 선두로 3라운드를 맞을 수도 있었다. 김아림은 2라운드에 2타를 잃었던 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는 등 마지막 날은 거의 매 홀 똑바로 멀리 보냈다. 경기 후 김아림은 “같은 조에서 함께 잘 달려준 (곽)보미언니 덕분에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하는 만큼 웨이트트레이닝과 연습을 할 수 있는 3주간의 시간이 주어져 기쁘다. 원래 후반기에 중점을 맞추고 시즌 전부터 준비해왔기에 계획대로 잘 이룰 수 있게 철저하게 점검하겠다”고 했다.
데뷔 첫 우승에 도전했던 곽보미는 3타 차 2위, 장하나는 12언더파 3위로 마쳤다. 최혜진은 8언더파 공동 11위다. 최혜진은 사상 첫 전반기 5승 수확은 놓쳤지만 상금·평균타수·다승(4승)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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