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주택시장이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주택 가격을 예의 주시해온 정부가 경고한 대로 준비한 대책을 내놓으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섣부른 대책은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되레 긁어 부스럼만 일으킬 수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딱 그런 케이스다. 11년 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연구원 등 2곳의 국책연구기관이 참여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확대 도입 1년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자. 2007년 9월 정부는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대상을 민간택지로 확대했다. 그 결과 인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분양물량이 나왔고 이 로또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한 가수요가 붙으면서 시장이 과열됐다. 국토연구원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도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청약경쟁에 참여하고 일단 프리미엄을 얻으면 편법을 동원해 전매한다”고 분석했다. KDI는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2007년뿐만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민간택지의 분양가를 규제하면 집값이 잠깐 주춤했다가 결국 올랐다. 1982년 가격 규제를 하자 1984년부터 아파트 공급이 급격히 줄었고 1988년에는 7개월간 서울에서 일반분양된 민간 아파트가 한 채도 없을 정도로 위축됐다. 주택은 상품이다. 상품 가격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줄이고, 공급이 줄면 가격은 치솟기 마련이다. 우격다짐 대책이 불러올 화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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