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그룹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6조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 페이스북에 대한 당국의 견제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실리콘밸리가 본격적인 수난의 시대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들은 최근 페이스북의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건과 관련해 50억달러(약 5조8,950억원) 벌금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표, 반대 2표로 승인했다. 이는 FTC 명령 위반에 대한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 최대 벌금은 지난 2012년 구글에 부과된 2,250만달러였다. FTC가 승인한 사안은 미 법무부 민사 부서로 이관되지만 법무부는 통상 FTC의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FTC가 이처럼 유례없는 벌금 폭탄을 떨어뜨린 것은 페이스북의 반복적인 부정행위 때문이다. FTC는 처음으로 개인정보 보호 조항을 위반한 업체에는 제한된 액수의 벌금만 부과할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폭넓은 재량권을 갖는다. 페이스북은 2012년 당시 이용자의 개인정보 설정을 존중하고 명백한 허락 없이는 이용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FTC와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일이 벌어지자 페이스북이 2012년에 합의한 판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관리소홀의 책임을 물어 사상 최대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보유출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페이스북은 올 1·4분기에만 1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220억달러에 달했다. ‘사상 최대’의 벌금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회사의 한 달 매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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