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서 전라도 고부 관아의 악명 높은 이방이자 만석꾼 ‘백가’를 연기한 배우 박혁권이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박혁권은 지난 13일 방송된 <녹두꽃> 마지막 방송에서 아들 이현(윤시윤 분)이 고부 관아의 신관 사또로 부임하자,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이현을 바라보았다. “주접 안 떨려고 했는데 미안하다. 생전 처음 사또 앞에서 허리를 펴보니까, 겁나게 감격스러워서”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아들의 출세에 신이 난 박혁권은 마을의 온 양반과 원로들을 모아 거대한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이현은 술에 취해 사람들을 향한 환멸을 드러내며 잔치를 망쳤고, 이에 박혁권은 노기 어린 표정으로 이현을 말렸다.
박혁권은 이현의 방으로 찾아가 “이현아.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말이야. 밟고 간다는 뜻이야. 계속 밟아야 되는 거야, 계단이건, 사람이건”이라고 말했고, 이현은 “필요하다면 아버지도 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순간 냉랭해지는 분위기에 박혁권은 “옛날에 한 짓 따위는 신경 쓰지마. 기억은 세월을 이기지 못 해”라고 말하며 부자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박혁권은 나졸들을 시켜 이강(조정석 분)을 포박해왔다. 자신의 뜻을 따라 이방이 되지 않고, 의병이 된 이강을 질책하던 박혁권은 이현의 앞길을 위해 “깨끗하게 다 포기하고 동생 생각해서 자결을 해”라고 말해 큰 충격을 안겼다. “이현이 큰 일할 놈인데, 자기 형 죽였다는 얘기 돌면 되겠냐? 마지막으로 형 노릇 제대로 하고 가”라며 비정한 면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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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권은 팔에 총상을 입은 이현의 몸보신을 위해 가족들과 음식을 차렸다. 하지만 이현은 “소자가 아버님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머리에 총을 겨눠 자결했다. 이에 박혁권은 이현을 부르며 오열했다.
시간이 흘러 박혁권은 한 평생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아들 이현이 죽고 난 뒤 광인이 됐다. 사위의 노름빚으로 집이 넘어가게 되자 넋 나간 얼굴로 집에 불을 지르고 야반도주를 해 탐욕의 화신 백가가 완전히 몰락했음을 알렸다.
그간 박혁권은 출세욕과 탐욕으로 이강에게는 인면수심의 비정한 아버지이면서, 이현에게만큼은 극진한 부성애를 가진 양면의 캐릭터 ‘백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비뚤어진 욕망으로 인해 아들을 잃고 파멸하기까지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 시청자들로부터 ‘박혁권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한편 동학농민혁명을 그린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평을 얻은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지난 1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주희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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