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궈위(62) 가오슝 시장이 국민당의 총통선거 후보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내년 총통선거는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62) 현 총통과 한 시장의 대결 구도로 정해졌다. 두 후보가 중국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만큼 양안(중국·대만) 관계가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연합보에 따르면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국민당 여론조사 결과 한 시장이 4명의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한 시장은 44.8%의 지지율을 기록해 강력한 라이벌인 궈타이밍 전 훙하이정밀공업그룹 회장(27.7%)을 크게 따돌렸다.
당 중앙상무위원회 보고와 국민당 전국대표대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날 여론조사 결과 발표로 국민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한 시장으로 확정됐다. 대만 정치권에서 무명인사였던 한 시장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의 오랜 텃밭인 가오슝시에서 시장에 당선되면서 차기 국민당 리더로 급부상했다. 한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 직후 “모든 대만인들은 차이잉원이 통치한 3년 동안 힘든 삶을 살고 있다”며 차이 총통을 공격했다.
내년 총통선거가 한 시장과 지난달 민진당 측 후보로 확정된 차이 총통의 양자 대결 구도로 정해진 가운데 두 후보는 앞으로 양안 관계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초 ‘대만 무력통일 불사’ 발언을 내뱉고 남중국해 군사 도발을 이어온 데 대해 차이 총통은 미국산 무기 구매를 강행하는 등 강경 자세로 맞선 반면 한 시장은 원만한 양안 관계를 재설정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두 후보 간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한 시장이 우세했지만 최근의 홍콩 사태를 계기로 차이 총통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 한 시장의 지지율은 45.2%로 차이 총통(35.9%)을 크게 앞섰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차이 총통이 1위를 탈환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지난달 차이 총통과 한 시장의 대선 양자 대결이 치러질 경우 차이 총통이 신승하겠지만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이 무소속으로 가세하는 3파전이 되면 민진당 지지표가 잠식돼 국민당이 최종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