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암호화폐 사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악관에 이어 미 의회도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의 탄생을 막기 위해 칼을 뽑아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금융서비스위원회가 대형 IT사가 금융기관 역할을 하거나 암호화폐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법안의 초안은 ‘대형 기술기업의 금융진입차단법’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 매출이 250억달러(24조8,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적용된다. 법안은 “대형 플랫폼은 교환·계좌·저장과 같은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진 디지털 자산의 제작·유지·운영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며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하루 1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사실상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를 겨냥한 것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이르면 내년부터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개시해 자사가 운영하는 메신저와 왓츠앱을 통해 리브라로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송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입자 수가 24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소식에 글로벌 카드회사인 마스터카드,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세계 최대의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등 20여개 업체가 동참하기로 했다.
이 같은 페이스북의 계획에 백악관이 먼저 제동을 걸었다. 평소 페이스북이 ‘야당 편’이라며 탐탁지 않게 여겼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트위터에서 리브라를 비롯한 암호화폐는 신뢰성이 없다면서 “페이스북과 다른 업체들이 은행이 되기를 원한다면 모든 금융규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의회 역시 16~17일 리브라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규제법안을 추진함으로써 IT 기업의 암호화폐 발행을 쉽게 허락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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