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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화평·화관법 개정안 26건…모조리 규제 강화에 초점

이래놓고 부품소재 육성 외치나

안전기준도 79개->413개 급증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국내 산업계에 쓰나미급 여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화학소재 부품 국산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그동안 국회 입법 과정에서는 철저히 외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들어 26건 발의됐으나 규제 완화가 아닌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재계 안팎에서 “시류를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서울경제가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화평법 개정안 10건 가운데 6건에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5건(중복 안건 포함)은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발의된 화관법 개정안 16건 중에서도 9건이 관리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2건은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화평법의 핵심 내용은 연간 1톤 이상의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기업에 모든 화학물질을 사전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이다. 화학물질 정보를 일일이 등록해야 하는데다 규제 신고내용 중 영업비밀에 대한 사항도 포함돼 있어 업계에서는 “개발 부담만 키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2015년 시행된 화관법의 유예기간이 올해 끝날 경우 유해물질 취급시설 충족 기준 항목은 79개에서 최대 413개까지 증가한다. 화학소재 부품 국산화를 서둘러야 할 시기에 규제만 강화되면서 각 기업은 사업장마다 수십억원의 시설 개선 비용만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특히 개정안 발의로 규제가 더 촘촘해지는 등 장벽만 높아지면서 화학소재 부품 국산화가 요원해지고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불만이다. 염료 합성업체인 삼원산업의 이양수 대표는 “(화평·화관)법 시행이 산업 전체에 몰고 올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업계 내 팽배한 상황”이라며 “현재도 규제투성이 법안들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마저 있자 몇몇 기업은 회사를 정리하려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제품 국산화에 등록비만 수십억…“중소기업은 사업하지 말라는것”

[日경제보복에도…화학소재 국산화 막는 화평·화관법]

국회, 지지 얻으려 환경문제 강경대처

잇단 규제에 설비·인건비 부담 늘어

“부가가치 얼마나 될지 모르는데



누가 사업하겠나” 기업들 성토

국회가 ‘화학소재 부품 국산화를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재계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데는 화학물질에 대한 ‘무조건적인 걱정’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가 화학물질 관리 등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국내 사회에 거센 후폭풍을 가져오고부터다. 이 사건으로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이 사망하자 국회에서는 화학물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유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일로’를 걷는 데 따라 자연히 입법 방향도 합리적 논의 과정 없이 무조건 규제를 강화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등과 관련, 화학물질에 대해 국민들의 건강 염려증이 있다”며 “이러한 국민적 여론이 들끓다 보니 이를 의식하게 됐고 결국 입법 과정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노위 관계자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중 사업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국민의 안전권 침해와 비교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여론에 밀려 무턱대고 규제만 강화하는 사이 업계는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일본 무역보복에 화평법·화관법 등의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폐업’까지 고려할 정도다. 이양수 삼원산업 대표는 “많은 주변 업체가 계속되는 규제에 회사를 정리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학 업계에서는 화관법 개정안이 과잉 규제를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관법이 시행된 2015년 공장 인근의 지역주민에게 화학물질의 유해성 등을 일일이 고지했지만 당시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굳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민원을 들을 정도로 원성이 자자했다”며 “안전환경보건관리(EHS) 부서 인력들은 이 때문에 밤새 야근을 하는 등 정상적인 인력 운용이 어려웠으며 지금도 관련 불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재 국산화에 대한 의지 역시 규제로 좌절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이나 해외에서 개발 요청이 오지만 모두 다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제품당 보통은 2억원,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등록비가 든다”며 “이 물건을 제작해 얻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될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사업을 시작하느냐”고 지적했다.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특히 화관법 개정에 민감하다. 반도체는 세척·증착 등의 과정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분량·농도 등이 모두 영업기밀이라 작은 팁이라도 유출될 경우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영업기밀을 국가가 지켜준다고 하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규제 강화로 설비 교체와 인력 증원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업계의 커다란 고충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규정이 생기면 기존 설비를 완전히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관련 인력도 주재시켜야 한다. 대기업은 인건비가 적으니 전담반을 만들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새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량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업체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화관법에 대해 문제가 되는 건 사용량에 상관없이 화학물질을 사용할 경우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유해물질을 보관하려면 어떤 기준을 거쳐야 하고 어떤 것을 써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는데 관련 조건이 까다로워 중소업체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김인엽·양철민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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