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이순신’ 발언에 대해 “무능한 선조의 길을 걷지 말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이 잊어서는 안 될 가치인 국익 대신 선동과 분열만 읽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2일 전남도청에서 “전남의 주민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12척의 배를 끌고 울돌목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던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헤아려달라”며 “잘못된 외교라인의 교체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조치는 바로 일본의 통상 보복 조치를 중단하는 것”이라며 “치열한 외교전으로 일본 정부의 이성을 찾게 해야 할 외교라인은 무능한 외교를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최대 3,000억원의 일본 경제보복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3,000억원을 추경에 추가하겠다고 한다”며 “대체 부품 및 자체 기술 개발에 그동안 소홀히 하다가 이 추경안을 내놓는 건 응급환자에게 체력장을 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또 “이 추경으로 과연 일본 통상 보복 조치를 풀 수 있다는 데 부정적”이라며 “한쪽으로는 외교를 풀고 한쪽으로는 우리 경제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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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 원내대표는 “어렵사리 문을 연 6월 임시국회를 ‘묻지 마’ 추경의 거수기 국회로 만들려던 여당이 이제는 정경두 국방장관의 방탄국회로 만들었다”며 “국민과 안보는 보이지 않고 오직 청와대만 보이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추경도 정치에, 일본 통상 보복도 정치에 끌어들이는 여당이 여야 합의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며 직무유기 국회로 몰아갔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순신’ 발언에 대해 다른 한국당 의원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자기들 스스로 나라와 외교를 망가뜨리고 이제 와서 이순신 장군을 입에 올렸다”며 “인터넷 댓글 중에 ‘어찌 보면 (이순신 장군보다) 문 대통령이 낫다더라, 세월호 한 척 갖고 이긴’”이라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뻔한 상황인데 정작 동분서주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며 “시중에는 문 대통령을 무능했던 선조에, 정 국방장관은 12척 배만 남기고 조선 수군을 전부 파괴한 원균에, 이 부회장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는 얘기가 돈다”고 전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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