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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마흐람







올해 초 이탈리아 여성 축구 팬들 사이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탈리아 슈퍼컵 결승전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됐지만 여성들은 입장권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관중석의 일부 구역은 아예 남성만 입장할 수 있었고 여성 팬은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고 가족석에 들어가야만 했다. 몇 해 전 여성의 야외 경기장 출입이 허용됐지만 ‘마흐람’ 제도로 여성 혼자 축구장에 들어가는 일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경기 보이콧 주장까지 나왔지만 마흐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마흐람은 남성 보호자 없이 여성 혼자 외출하거나 출국·교육·취업·결혼하는 등 사회활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제도다. 마흐람은 이슬람어로 ‘여성이 결혼할 수 없는 친족’을 일컫는데 결혼 후에는 남편이 마흐람이 된다. 이런 전통은 초기 율법에 명시된 것이 아니라 훗날 관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모하메드가 사망한 후 벌어진 권력승계 전쟁에서 패배하자 남성들이 그의 셋째 아내인 아이사에게 무능하다며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무슬림 사이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활동을 엄격히 제한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18세기에 집권한 무함마드 빈 압둘 와하브가 창시한 와하비즘도 마흐람을 공고히 만들었다. 와하브는 코란을 엄격히 해석하고 청렴·근검을 내세워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제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이 남성 가족의 통제를 피해 해외로 망명하는 사례가 잇따라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사우디아리바아가 올해 안에 해외여행에 한해 마흐람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여성 해외여행과 관련된 조항만 없애고 결혼 등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때마침 방탄소년단도 10월에 리야드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해외 가수 최초로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주제는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성 정체성에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얘기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기를 기대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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