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지난달 1일 첫 방송 전부터 한국 최초의 ‘고대사 판타지’, 화려한 출연진과 막대한 제작비 등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평가가 엇갈렸다.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설명투의 전개, 영화와 미국 드라마를 어설프게 섞어놨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지난 7일 방영된 파트2 ‘뒤집히는 하늘, 일어나는 땅’ 최종화는 시청률 6.8%(유료가구)를 기록하며 아쉽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만회할 수 있을지는 9월 7일 다시 시작할 파트3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그 누구보다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김영규 총괄프로듀서(CP)에게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제작진의 고민을 들어봤다. 그는 “새로운 배경에서 은섬(송중기 분)의 활약이 펼쳐지고 작가들이 처음부터 심어둔 여러 가지 이야기의 극적 요소들이 하나씩 풀어지면 더 큰 재미를 줄 거라 확신한다”며 “왜 드라마 제목에 ‘연대기’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더 숨어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김 CP는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고 ‘그 시기에 그런 결정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평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세간에 알려진 예산 규모는 잘못된 내용으로 사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많은 부분이 오픈세트를 건립하고 여러 가지 CG를 활용하기 위한 기본 그림을 만드는 비용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보통 사극이었다면 전국의 여러 장소를 활용하면 되지만 지금까지 없던 장르를 개척하다 보니 세트를 모두 새롭게 제작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비용들은 앞으로 다른 드라마에서 많은 부분 활용할 간접 자본으로 쓰였다고 생각된다”며 “앞으로 제작될 다른 드라마들은 좀 더 수월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의 의의를 전했다.
드라마 제작을 총괄하는 CP로서의 고민도 느껴졌다. 그는 “‘아스달 연대기’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드라마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균형감을 가지고 진행하는 역할이 바로 CP”라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다른 드라마에 비해 몇 곱절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라며 “한 예로 올해 진행한 다른 드라마는 이름이 있는 출연자 숫자가 약 30명 정도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약 110명 정도”라고 언급했다.
어려움도 컸지만 ‘아스달 연대기’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갖는 의미도 충분히 있다. 김 CP가 먼저 꼽는 것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아스달 연대기’는 판타지도 아니고 역사극도 아니라 ‘반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라고 밝혔다.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도 남달랐다. 그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처음으로 ‘컨셉 아트’(최종 작품 완성 전에 구상한 일러스트레이션)를 제작했고 완전 사전촬영을 했다”며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 많은 이들이 모여서 본인들의 전문 영역에 대해서 논의하고 결정하고 진행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김 CP는 “‘아스달 연대기’를 발판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새로운 도전이 많아지길 바란다”며 “전문가들이 드라마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나 완전 사전제작 형태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잘 정착했으면 한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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