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높고 낮음은 사회적 지위나 성장 배경 혹은 경제적인 여유와 비례하지 않습니다.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자존감 낮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가끔 아주 드물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보면 후광이 비치듯 얼굴이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지레 겁먹거나 주눅 들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삶의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랍니다.”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의 필진으로 참가한 전미경(사진) 굿모닝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자존감은 이론적인 개념이 아니라 삶의 문제”라면서 “자존감을 삶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라면서 삶에 스며드는 자존감의 개념을 소개했다.
‘자존감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커리큘럼으로 강의를 하듯이 글을 풀어낸 전 원장은 자존감이 높은 삶을 위해 용기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자존감은 책으로 습득하는 관념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천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삶의 일부가 된다”면서 “용기를 내어 자존감을 추구해 나간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세상은 타인에게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이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나의 수준에 맞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의지가 바로 전 원장이 말하는 ‘자유’의 의미다.
책에는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가 등장한다. 남아 선호사상을 신봉하는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지만, 늘 남동생에 밀려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성장한 20대 여성 ‘무수리 씨’와 갓난아기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새어머니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며 자라나, 살아남으려면 돋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채 승승장구하며 성장했지만,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중년남 ‘나잘난 씨’가 그들이다. 독자들은 두 사람의 정서적 불안과 낮은 자존감의 원인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 원장은 “성장 과정은 개인의 역사성과 동의어”라면서 “개인의 의식과 상관없이 어린 시절의 특정 사건이 현재의 자신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다는 게 심리학 이론의 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자라면서 겪었던 콤플렉스는 극복할 수 있으며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 과정에 트라우마가 없는데도 자존감이 낮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 원장은 그들에게 크게 두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라고 조언한다. 첫째, 학벌, 외모와 상관없이 내가 나를 좋아하는가. 둘째, 높은 직위와 상관없이 스스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왔는가. 그는 “자존감은 과거의 콤플렉스와 역사성 그리고 현재 상황 아울러 미래에 대한 희망에 이르기까지 시공간과 나의 주변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 맺기 등에 관여한다”면서 “다소 복잡하지만 자존감은 삶의 행복과 직결된 만큼 더 늦기 전에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했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된 ‘자존감’은 심리학 그리고 정신건강의학에서 모두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그렇다고 주요한 전문 용어는 아니라는 게 전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프로이트, 융, 아들러 등 심리학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이 자존감에 대해 언급했지만 학자들 마다 해석방식이 달라 자존감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오히려 개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문화적인 용어가 더 적절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자존감은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치관이라고 주장하는 전 원장은 “의사로서 환자가 자존감을 회복해 정신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면서 “인식의 기준을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부로 가져오는 과정이 자존감을 끌어 올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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