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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라' 출시 연기…청문회 앞두고 꼬리 내린 페북

므누신 "안보에 문제" 공세 속

IMF 등 전세계 견제에 '후퇴'

페북 "규제 해소 때까지 보류"

궁지서도 상용화 의지는 안꺾어

"다른 암호화폐가 대체할 것"

'리브라 비보'에 시장 요동

비트코인 한때 10% 이상 뚝





페이스북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선보였던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규제 관련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4억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 통제 아래 작동하고 있는 금융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 정치권은 물론 전 세계가 위험성을 경고하며 제동을 걸고 나서자 회사 측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페이스북은 오는 2020년 상반기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미 금융당국의 심사에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서비스 개시 일정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 암호화폐 계획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16일로 예정된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 증언을 앞두고 제출한 자료에서 “페이스북은 규제 관련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고 적정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리브라를 관리할 독립적 비영리기구인 ‘리브라어소시에이션’은 리브라가 어떤 주권 통화와도 경쟁하거나 통화정책에 간섭하지 않도록 핀테크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며 가장 조심스러운 규제당국과 중앙은행들의 사전 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보호 우려에 관해서도 “캘리브라(페이스북의 전자지갑 소프트웨어) 고객의 계정과 금융정보는 페이스북과 공유되지 않을 것”이라며 “맞춤형 광고용으로는 쓰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야심 차게 리브라 계획을 공개한 페이스북이 꼬리를 내린 것은 미 행정부와 의회의 잇따른 공세 때문이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들은 돈이 아니다. 리브라는 신뢰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리브라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가 “돈세탁업자나 테러리스트 자금 관리인에 의해 잘못 이용될 수 있다”며 “이는 국가안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도 일찌감치 리브라에 경고음을 보냈다. 의회는 앞서 리브라 도입이 가져올 파급력을 제대로 따져볼 때까지 이 계획을 중단할 것을 페이스북에 요청한 데 이어 이번주 상하원이 연이어 청문회를 열어 리브라를 둘러싼 각종 우려에 대해 따져 물을 예정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금융서비스위원회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금융기관 역할을 하거나 암호화폐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법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 매출이 250억달러 이상인 기업에 적용되는 이 법안은 사실상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겨냥한 것이다.



리브라에 대한 경계는 미국 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암호화폐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영국·독일·미국·일본 등 주요7개국(G7) 재무장관들은 17~18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리브라를 공개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예상 이용자 수만 24억명에 달하게 될 리브라는 회원사들이 조달한 준비금을 통해 가치가 고정되는 만큼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상용화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에 성공하면 잠재적으로 중앙은행이 규제하지 않는 달러나 엔화 같은 수준의 새로운 세계적 통화를 창출할 수 있어 당국과 정치인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공식적으로 리브라 상용화에 신중하겠다고 밝혔지만 “만약 리브라가 출시되지 않으면 다른 암호화폐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며 리브라 출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커스는 “미국이 디지털 통화와 결제 산업에서 혁신을 선도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할 것”이라며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조만간 매우 다른 가치관을 지닌 누군가가 통제하는 디지털 통화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리브라 관련 소식에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리브라 출시계획 발표를 전후해 급등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발언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이날 한때 10% 이상 급락해 1만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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