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5당 대표 만남의 성과를 발표할 형식을 두고 협상은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졌다. ‘공동 발표’ 형식은 수출규제에 대한 5당의 결의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정부 여당의 입장과 ‘합의문은 없다’며 강경하게 반대한 자유한국당이 협상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한 결과다.
지난 15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청와대에 형식 없는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하고 청와대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하자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발표 직후부터 여야 5당 사무총장은 분주히 모이고 헤어지며 회담 준비에 나섰다. 16일 이들은 회동 일정을 확정하며 순조로운 첫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18일 오후를 회동 날짜로 못 박고 일본 수출규제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되 다른 안건을 논의할 가능성 역시 열어뒀다.
여야 간의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부터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여야 5당의 ‘합의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든 여야가 합의된 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합의문은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수출규제 문제에 대응해 대통령이 직접 5당 합의를 이끌어낸 모습을 그려내고 싶은 청와대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한국당의 이해관계가 맞부딪혔다.
논의는 회동 직전인 18일 오후까지 평행선을 달렸으나 대통령과 5당 대표가 공동 발표를 하는 것으로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날 오전 회의에 참여한 한 사무총장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수출규제에 대한 초당적 대응’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제시했으나 박 총장은 5초만 쳐다보고 내려놓았다”고 전했다. 이어 “합의문 자체를 극구 반대하는 한국당 내부의 분위기를 신경 쓰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30분간 논의가 공전하자 이들은 2시간 후에 다시 모이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에도 박 사무총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4당 사무총장들은 한국당 사무총장실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고 결국 ‘공동발표’를 하는 데 합의를 이뤘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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