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지내는 지적장애인을 학대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의 한 사찰 주지스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한 장애인이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계종 호법부에서 해당 사찰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장애인인권단체들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20일 장애인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소재 한 사찰의 주지스님으로부터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장애인이 두 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명은 30년 동안 해당 사찰에서 지내온 A(70)스님, 다른 한 명은 행자로 불린 B(40)씨다.
이번 사안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2017년 주지스님과 갈등을 빚은 사찰 직원이 C스님과 B씨를 데리고 절을 떠나 사찰 내부 사정을 폭로하면서다. 앞서 언론을 통해 주지스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당사자로 지목됐던 C스님은 지적장애 3급, B씨는 뇌병변장애 3급으로 판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스님의 경우 장애인 등록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사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역시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 측은 이들 스님과 행자를 학대하거나 노동력을 착취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사찰의 한 관계자는 “모두 말도 잘 하고 염불도 외웠다”며 “저들이 장애인이면 우리도 장애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도 스님이고 절에 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마음대로 부려먹었겠나”고 덧붙였다.
평소 사찰 안팎에서 스님으로 불리지만 이들은 조계종에 승적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계종 규정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스님으로 이름을 올릴 수 없다.
C스님 가족과 사찰 전 직원은 이들 세 사람이 주지스님으로부터 폭언과 과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겨울철에 눈이 내리면 1㎞쯤 되는 사찰 마당과 입구 사이의 도로를 이들 세 사람이 책임지고 청소했다고 한다. 제설 작업 과정에서 제대로 휴식시간을 주어지지 않아 발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다. 한여름에도 각종 공사 등에 동원돼 중노동이 이어졌지만 식사시간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한때 폭행당한 사실을 인정했던 B씨는 현재는 함구 중이다. 탈출 직후 B씨의 진술이 담긴 녹취파일에는 주지스님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이 녹음돼있다. C스님 가족은 “B씨가 장애로 완성된 문장을 거의 말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학대 장애인 피해자를 위한 쉼터에서 보호를 받던 B씨는 가족들의 요구로 다시 절로 돌아간 상태다. 학대 논란이 발생한 사찰로 되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B씨 가족은 “그래도 절이 지내기 낫다”고 말했다. B씨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요구로 이곳 사찰에서 지내왔다. 한편 장애인인권단체들은 해당 사찰의 장애인 대상 폭행과 노동력 착취 의혹에 대해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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