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회피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이들 사이에 실제 거래가 일어났던 것처럼 꾸며 16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거둔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 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명수)는 총책 김모(34) 씨 등 4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비정상적 경로로 매입한 은(銀)그래뉼(알갱이 형태의 은)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세가 과대 청구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유령업체를 만들어 허위세금계산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매입한 은그래뉼은 정상적인 구매 경로를 거치지 않아 이를 다시 팔 때 정상적으로 매입한 경우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했다. 정상적으로 매입하지 않을 경우, 다시 말해 세금계산서나 매매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를 되팔 시 판매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한다. 이와 달리 정상적인 경로로 구매해 매매계약서나 세금계산서가 존재하는 경우 세금은 판매액에서 매입대금을 뺀 금액의 10%로 줄어든다. 정상 경로를 통해 구입해 매매계약서 등의 기록을 남기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은그래뉼이 정상 유통을 거친 상품처럼 꾸몄다. 이를 위해 유령업체 총 12개를 설립해 이 업체들 대표에 지인들을 세웠다. 이들이 보유한 총 190억원 상당의 은그래뉼은 일차적으로 이른바 ‘폭탄업체’ 역할을 한 유령업체로 매도됐다. ‘폭탄업체’란 거래가 이뤄진 후 세금계산서만 발급한 뒤 곧바로 폐업하는 위장업체를 이르는 용어다. 세금계산서는 발급했지만 곧바로 문을 닫게 해 이들은 여기서 발생하는 판매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면탈했다. 이렇게 은그래뉼을 1차 매입한 폭탄업체는 다시 다른 유령업체인 1·2차 도관업체에 이를 넘겨 공급가액 합계 600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남겼다. 이렇게 은그래뉼 유통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이들은 검찰 추산 약 16억원의 범죄수익을 챙겼다.
이들 일당은 실제 거래가 일어났던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거래 사진을 촬영하고 거래처간 단가협상을 하는 것처럼 문자메시지나 통화 내역을 남기기도 했다. 또 세무조사와 수사가 시작되자 총책 김씨는 유령업체 대표들에게 조사대비 시나리오를 건네는 등 입을 맞추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주도면밀함으로 최초 사건은 무혐의로 송치됐다. 이후 검찰은 계좌추적 및 통화내역 분석 과정에서 다수 업체가 조직적으로 연결된 정황을 포착했고 기존에 무혐의 처분됐거나 타청에서 수사 중인 관련사건 일체를 이송받아 업체 간 관련성을 입증했다. 검찰관계자는 “이런 범죄는 업체별로 개별적으로 고발 및 수사가 이뤄져 전체 구조를 그리기 어렵다”며 “향후에도 조세범죄 수사를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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