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한 만료 전 법원의 직권으로 보석 결정돼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2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보석 결정은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기한(최장 6개월)이 가까워진 데 따른 것이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2월 11일 구속기소 된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취소 예정일은 8월 11일 0시였다. 구속기한을 모두 채우기 20여일 전인 이날 법원의 보석 결정이 내려졌다.
구속 기간을 다 채우고 풀려나면 법적으로 ‘운신의 폭’에 제한이 없지만, 재판부가 보석 결정을 하면 각종 제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석방을 결정했다.
다만 직권 보석을 결정한 배경을 고려해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 후 경기도 성남시의 자택에만 주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또 제3자를 통해서라도 재판과 관련된 이들이나 그 친족과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 되며, 도주나 증거인멸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법원의 소환을 받았을 때에는 미리 정당한 사유를 신고하지 않는 한 반드시 정해진 일시·장소에 출석해야 하고,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하는 때에도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금은 3억원으로 결정했다. 다만 이는 배우자나 변호인이 제출하는 보석보험증권으로 갈음할 수 있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을 어긴다면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고,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제한 조건을 준수해야 하는 보석을 거부할 소지도 남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구속 기한이 가까워진 만큼 보석이 아닌 구속 취소를 결정해야 한다고 그간 주장해 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구치소에서 만나 재판부가 내건 조건 등을 두고 상의를 거쳐 이를 수용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보석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면 보증금 납입과 같은 조건 준수를 거부해 보석이 취소되도록 하거나, 재판부 결정에 대해 일반항고를 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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