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2020년 이후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조만간 착수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논의한 만큼 미국이 새로운 미국 방위비 분담금 원칙 수립을 마무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파병 미군의 주둔비용에 대해 새로운 원칙을 정하고자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리뷰’를 진행했다. 미국이 마련할 새 원칙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한국 등 동맹국의 부담을 크게 높이는 방향일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외교소식통은 25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글로벌 리뷰’가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검토를 마무리하고 한국 등에 설명할 것”이라 밝혔다.
한미는 지난 3월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난해보다 8.2% 인상된 1조 389억원으로 정하는 내용의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서명했다. 통상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3~5년 단위로 체결되지만 당시 유효기간은 올해 1년이었다. 미국이 새 방위비 분담 원칙을 마련 중이라며 이례적으로 유효기간 1년을 고집한 결과다.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서명 직후엔 미국이 해외 미군의 주둔비용 전부를 주둔국에 넘기고 여기에 50%의 프리미엄까지 요구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보도도 있었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 정도인 1조389억원임을 고려하면, 미국의 요구가 지금의 3배인 3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당시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의 요구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거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동맹국 방위비에 과도한 돈을 쓰고 있다며 한국 등 동맹국들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말 방위비 문제를 두고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호구(suckers)’가 아니다”라는 노골적 언급도 했다.
한국 정부는 그간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제공을 위해서 합리적 수준의 비용 부담을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엔 상당한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일 갈등 국면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부 내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비해 협상 대표를 선임하는 등 조만간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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