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 원대 빌딩을 매입한 키즈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의 가족 회사 보람패밀리가 아동학대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돼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키즈 유튜버’에 대한 아동학대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보람패밀리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대지 면적 258.3m²에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을 지난 4월 3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 받았다. 건물 매입 용도는 밝혀진 바 없다. 보람패밀리 영상의 주인공인 보람 양은 ‘보람튜브 브이로그’와 ‘보람튜브 토이리뷰’ 두 채널을 운영 중이다. 주로 일상과 장난감 리뷰, 요리 등을 주제로 방송한다. ‘보람튜브 브이로그’의 구독자는 1,751만 명, ‘보람튜브 토이리뷰’는 1,360만 명이다. 미국 유튜브 분석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한국 유튜브 채널 가운데 두 채널은 광고 수익 1, 2위를 차지, 두 채널을 합하면 월 광고수익이 37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과거 보람튜브 제작자인 부모가 과거 법원으로부터 아동학대 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네티즌들은 보람튜브가 매달 3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보람튜브는 지난 2017년 보람 양에게 아이를 임신해 출산하는 연기를 시키고 자동차를 이용해 아이가 좋아하는 인영의 다리를 절단시키거나 전기 모기채로 아이를 협박해 춤을 추게 하는 등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또 보람튜브의 운영자인 보람 양의 부모는 아빠의 지갑에서 보람 양이 돈을 훔치도록 상황을 연출하고 도로 한복판에서 실제 자동차에 보람 양이 타고 있는 장난감 자동차를 연결해 아이가 운전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그해 9월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영상을 연출해 촬영한 혐의(아동학대)로 보람튜브 운영자를 비롯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 2명을 고발했다. 당시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실과 허구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하고 이를 반복한 점을 볼 때 아동에게 주는 피해가 상당하다”며 “또 이로써 광고수입을 챙긴 것은 아동착취라고 볼 수 있다”고 고발장을 통해 밝혔다. 이후 서울가정법원은 아동학대 혐의로 보람 양의 부모에게 보호처분을 내렸으며 논란이 커지자 보람튜브는 문제가 되는 영상들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들은 논란에 대해 “유튜브 영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초창기 영상을 업로드했다”며 “일부 비판을 받았던 영상에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용서를 구했다.
키즈 유튜버에 대한 학대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일 유명 키즈 유튜브 채널 ‘뚜아뚜지TV’에는 ‘몸무게 15㎏인 쌍둥이가 10㎏의 대왕문어를 먹었어요. 커도 너무 큼’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6살 쌍둥이의 아빠가 자르지 않은 대왕문어를 식탁 위에 올려주고 이를 쌍둥이가 먹는 장면이 담겼다. 방송 중반부에는 아빠가 다리를 하나씩 잘라 준 뒤 건네기도 했으며 아이들은 문어다리를 통째로 먹느라 힘들어했다. 그러나 이는 영상에서 가학적으로 그려졌다.
방송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 정도면 아동학대 수준”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성인이 먹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문어를 치아가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에게 통째로 다 먹도록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 14일 영상을 제작한 아빠는 사과문을 올리고 영상을 삭제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친구에게 선물 받은 문어를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먹고 싶다 해서 통째로 먹는 영상을 제작한 뒤 잘라서 다 같이 먹었다”면서도 “하지만 저희 실수는 콘텐츠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뚜아뚜지TV는 유아채널이고 특수채널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앞으로도 끊임없이 가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보람튜브와 뚜아뚜지 TV를 비롯한 키즈 유튜브 채널들에 대해 “조회 수를 높이려고 너무 상황을 설정하고 아이에게 시킴으로써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이들의 부모가 해당 유튜브 채널 운영을 본업으로 삼는 것도 비판받고 있다. 앞서 유튜버 뚜아뚜지의 아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래 건설업을 했던 사람이지만 아이들과 찍은 영상들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가족크리에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라는 설명을 올렸다. 그는 “가장의 입장에서 본업을 그만둔다는 게 무모한 줄 알지만 아이들과 함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거 아역 연기자들에게 나타났던 노동착취나 정서적 학대 등의 문제점이 키즈 유튜버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유명 키즈 유튜브 채널 중 대부분은 부모가 운영하기 때문에 더 세심한 주의나 관련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튜브에 따르면 유튜브의 어린이 전용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키즈’의 주당 접속자 수는 1,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유튜브에서의 키즈 콘텐츠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유튜브는 지난달 19일 “모든 어린이용 동영상 콘텐츠를 유튜브 키즈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은 보다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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