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음 주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럽도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방침을 시사하며 통화정책 완화 대열에 합류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여진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유로존 경제도 타격을 입은 가운데 내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이로 인한 유로화 강세를 사전 차단하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5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연 뒤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금리를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수준이나 또는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6월 통화정책회의 발표 자료에서 ‘더 낮은 수준’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으로 다음 정책회의인 9월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 가이던스를 조정한 후 다음 통화정책회의인 9월 실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CB는 또 이날 지난해 말 종료했던 대규모 채권 매입도 재개할 방침을 밝혔다. 앞서 ECB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3월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시작해 지난해 말 종료한 바 있다. ECB는 이를 위해 유로시스템위원회에 정책 금리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강화하는 방법과 새로운 자산 매입을 규모 및 구성 방법 등에 대해 검토하도록 맡기기로 했다. 이어 ECB는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은행이 받을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CB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유럽 경기에 대한 신호가 좋지 않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발표된 7월 독일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3.1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7월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인 Ifo 기업환경지수 역시 전문가 예상치를 밑도는 95.7로 집계됐다. 지난 6월의 97.4보다도 지수가 떨어진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과 산업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그러면서 “상당한 수준의 통화 부양책이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ECB가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시사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관측에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연준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경우 유로화 강세를 촉발해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CB가 통화정책 방침을 수정해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등 여파로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글로벌 금리인하 도미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금리 조정에 나서자 신흥국도 연쇄적인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터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24%에서 19.75%로 대폭 인하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인하 폭인 2~3%포인트를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터키는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 투옥과 관세 갈등 등으로 대미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리라 폭락사태를 겪었다. 이에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6.25%포인트나 올린 바 있다. 호주도 최근 금리를 인하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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