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NYT는 이날 ‘당신의 데이터에 대한 정보기술(IT) 공룡들의 통제력을 완화하라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IT 기업들이 부(富)를 쌓는 방식을 조명했다. NYT에 따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IT 공룡들은 고객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그들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이나 ‘좋아요’ 누르기, 소셜미디어에 올린 포스트, 온라인 상점 구매 등 이들 서비스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데 이러한 데이터들 모두 기업들에 귀중한 자산이 된다. 사람들의 나이, 성별, 주거지 등의 정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심사나 욕망을 어떤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데이터의 가치를 분석한 경제학자 로버트 셔피로는 NYT에 “제너럴모터스(GM)가 자동차 재료인 강철이나 고무, 유리에 대해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라”며 “그게 바로 대형 인터넷 회사들이 하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NYT는 “그들 기업의 부는 온라인 대중들이 제공한 정보를 수확하고 상업화해 구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다른 한편에서 이러한 ‘거래’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공짜로 넘겨준 데이터로 IT 기업들이 부를 누리게 하는 지금의 데이터 거래법을 바꾸자고 말한다. 교수부터 경제학자·기술자·법률가까지, 중도진보에서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보수주의까지, 직업군과 이념을 가리지 않고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식도 다양하다. ‘온라인 프롤레타리아’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놓고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개인 데이터에 가치를 매기기 위한 연구를 하기도 하며 데이터를 거래 가능한 자산이나 노동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데이터 시장을 구축하고 개인과 사회에 더 많은 ‘디지털 부(富)’가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미 의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나타난다. NYT는 지금까지 의원들은 사생활 보호에 주로 관심을 보여왔지만 이제 소수 기업들에 대한 ‘데이터 부(富)’의 집중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마크 워너(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들에게 어떤 개인 데이터를 수집했고 그 데이터의 가치는 얼마인지 정기적으로 알려주도록 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워너 의원은 법안의 목표가 소비자들에게 포기하고 있는 데이터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감’을 갖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너 의원은 “나는 접근법이 어떠해야 하는지에는 확신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 상황, 이처럼 막대한 힘의 불균형은 견딜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들은 소비자가 광고와 데이터를 ‘지불’하고 공짜 인터넷 서비스를 누리는 게 그들에게 나쁜 거래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2012년 공짜인 인터넷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가져다 주는 편익이 미국에서만 1,000억 달러(약 118조원)라고 추산했다.
NYT는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어떻게 개인정보를 이용하는지 알게 되면서 새로운 데이터 거래의 지지자들이 동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가령 개인의 데이터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에 단순히 관심사나 선호에 대한 정보일 뿐 아니라 타깃 광고나 얼굴 인식 같은 인공지능(AI)의 훈련을 위한 원천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