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협심증·심근경색 환자들은 대개 대퇴혈관을 통해 스텐트(금속망)를 밀어 넣어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받는다. 이어 심근경색 재발과 뇌출혈 등 위험을 낮추기 위해 혈소판이 뭉치는 것을 막아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를 먹는다. 하지만 어떤 약을 얼마 동안 먹어야 할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심근경색이 재발했거나 스텐트를 여러 개 넣어줘 사망·심근경색·뇌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가 아니라면 3개월 동안 ‘아스피린+P2Y12 억제제(클로피도그렐·프라수그렐·티카그렐러)’를 3개월 동안 함께 복용하고 이후에는 P2Y12 억제제만 먹어도 두 약을 12개월 복용 후 아스피린 하나만 먹는 현행 표준요법과 심근경색 등 위험은 비슷하고 위·뇌출혈 등 위험은 42% 낮아진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권현철·한주용·송영빈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2014년 3월~2018년 7월 국내 33개 병원에서 관상동맥질환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2,993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다기관 임상연구를 진행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주요 임상연구로 소개된 데 이어 최근 저명 국제학술지 ‘JAMA’(미국의사협회 저널)에 발표됐다. JAMA는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51.3점으로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 향후 치료지침 개정 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치료법의 사망·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은 2.9%로 현행 표준요법(2.5%)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주요 사건별 발생률은 사망 1.4%, 심근경색·뇌졸중 각 0.8%로 표준요법(1.2%, 1.2%, 0.3%)과 엇비슷했다. 출혈 위험은 42% 낮았다.
연구를 총괄한 권 교수(심장뇌혈관병원장)는 “아스피린이 아닌 P2Y12 억제제 단독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여러 개의 스텐트를 넣는 복잡한 시술을 받거나 심근경색 재발 환자 등 심근경색 고위험군은 기본적으로 아스피린+P2Y12 억제제를 12개월 이상 함께 복용하는 걸 추천한다”며 “아스피린+P2Y12 억제제를 3개월 복용 후 P2Y12 억제제 단독복용을 권하는 대상은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환자의 절반을 웃돈다”고 말했다. 뇌·위출혈 등 위험에 대해서는 “클로피도그렐·프라수그렐· 티카그렐러 성분의 P2Y12 억제제 3총사가 아스피린보다 심근경색·뇌졸중 예방 효과는 좋지만 단독 요법 시 출혈 위험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연구결과의 국제 심장학회 치료지침 반영 전망에 대해 “우리 연구와 비슷한 연구들이 국제적으로 몇 개 진행 중인데 그 결과가 나오면 개정 가이드라인에 함께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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