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되는 복지 재원은 한정돼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은 복지에 쓸 재원이 무한한 것처럼 정책을 쏟아낸다. 그리스의 역대 집권당이 이러다 나라 곳간을 거덜 냈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원 부족으로 무상복지가 어렵다며 중앙정부에 재정 지원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웨덴을 비롯한 복지 선진국이 이미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돌아섰는데 한국은 아직도 표를 겨냥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 복지에는 공짜가 없다. 정치인은 나랏돈으로 인심 쓰다가 4년 임기를 채우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이들이 거덜 낸 나라 곳간을 물려받은 미래세대는 빚 갚기에 허리가 휜다. 현세대의 복지 무임승차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리고 희망까지 빼앗는 부메랑이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공약을 나라 살림으로 뒷감당하려면 재정적자는 피할 수 없고 매년 엄청난 규모의 나랏빚을 얻어야 한다. 균형 재정과 성장, 일자리 등 복지만큼 중요한 정책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복지는 성장과 조화를 이루고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늘려야 뒤탈이 없다.
부자와 대기업의 ‘세율’을 올리고 최저임금 과다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내세워 기업을 옥죄면 경영 환경은 나빠진다. 국내 기업은 떠나고 외국 기업은 들어오지 않는다. 내국인의 국외 직접투자가 역대 최대로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가 줄고 있는 이유다.
기업 경영 환경이 나빠지면 투자가 감소하고 성장이 정체되면서 복지 재원에 쓸 세수와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가 줄어든다.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긴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를 떠돌고 있는데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젊은이들이 이런 꼴을 당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저성장 시대에 경제성장과 재정 형편을 감안하지 않고 복지를 늘리면 빚을 내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먼저 재정 형편을 감안해 복지 규모를 정하고 성장으로 세수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금과 복지 규모는 ‘중부담·중복지’를 실현한 후 재정 형편을 봐가면서 늘려나가는 게 정답이다.
성장과 일자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는 사상누각이다. 정치권의 선거용 선심성 복지공약 남발을 막아 재정건전성과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복지수준·조세부담률·국내총생산(GDP) 규모 등 제반 여건을 반영한 ‘복지지출 규모(세출예산에서 복지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를 법률로 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복지로 가는 확실한 길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로서 국민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표에 눈이 어두워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과잉복지로 국민과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고 나라 살림을 어렵게 만들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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