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주 상산고에 대한 전라북도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처분을 뒤집으면서 진보진영 교육당국 내 법정 싸움이 현실화됐다. 김승환(사진) 전라북도교육감이 공언한 것처럼 전북교육청이 교육부를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 진보 교육감과 진보 정부가 자사고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26일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의 상산고 재지정 취소 부동의 발표 이후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실망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던져줬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자사고 평가에서 내려진 재지정 취소 결정을 교육부가 뒤집은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정부와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전북교육청은 “오늘의 이 결정으로 잃은 것들은 회복 불가능하다”며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 파트너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상산고 재지정 취소에 부동의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옥희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부동의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충격적이다”고 밝혔다. 상산고 결정에서 전북교육청 평가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 삼았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과 관련해서도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제기했다. 정 대변인은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정량지표로 반영한 것을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교육청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이 사전에 공언한 것처럼 전북교육청은 교육부를 상대로 한 권한쟁의 심판도 곧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혹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 다툼이 있을 때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가리는 절차다. 김 교육감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도 “교육부 장관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법정 공방에 대한 의사를 거듭 드러냈다. 정 대변인도 “아직 권한쟁의 심판 제기 시점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상산고 지정취소 부동의에 대한 교육부 설명을 들은 후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한쟁의 심판이 실제 청구되면 진보 교육당국 내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첫 사례가 된다. 2014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개 자사고에 대해 지정취소한 결정을 교육부가 직권으로 뒤집자 법원에 소송을 걸었는데 당시 상대는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였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을 지난해 7월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 장관 동의를 받지 않고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처분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자사고를 둘러싼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의 법적 다툼이 중앙 교육당국과 지방 교육청의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김 교육감이 전국 시도교육감을 대표하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기 때문에 다른 교육감들과 함께 연합전선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조 교육감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교육부가 전북교육감의 재지정 취소 평가를 뒤집으면 협의회 차원에서 반대성명을 내놓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진욱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변인은 “당장 성명 발표 등 대응 방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울 자사고에 대한 교육부의 재지정 취소 최종 동의 절차 이후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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