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반 분양을 진행한 경기도의 안양의 한 소규모 아파트 단지. 5대 1의 경쟁률로 분양을 무사히 마쳤지만, 예상치도 않게 미계약이 속출했다. 일반분양 당첨자 3명 가운데 한 명이 청약 부적격자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 계약률은 현재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단지는 조만간 무순위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청약 기준이 자주 바뀌다 보니 이를 숙지하지 못한 부적격자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잦은 개정으로 난수표가 된 청약 제도 탓에 현장에서 혼란이 여전하다. 이 단지 이전에도 서울에서도 미계약자가 속출한 바 있다.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특별 공급을 제외한 1순위 청약 가구 263가구 중 66%에 달하는 174가구가 미계약 됐고, 청약 흥행몰이를 했던 ‘래미안 리더스원’도 전체 당첨자 가운데 15%가량이 부적격자로 판명돼 미계약분이 나온 바 있다.
부적격 사례는 주로 거주 기간이나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기준 등을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청약자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청약 기준의 변경이 지나치게 잦다. 지난 40년간 청약제도는 무려 140번이나 개정돼 청약자로선 헷갈리는 것도 당연하다.
청약 부적격자가 속출하면서 각종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부적격자 본인 입장에서는 앞으로 1년간 청약에 나설 수 없다. 부적격 당첨자로 인해 자격을 갖춘 청약자들이 기회를 박탈당한 점도 문제다. 미계약 물량이 별다른 조건 없이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을 통해 현금 부자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으로 청약시스템 이관이 이뤄지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소유 여부나 부양가족 수, 재당첨 여부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수는 국회다. 청약시스템 이관과 관련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이달에도 여야 간 국회 소집일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청약 당시에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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