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한일 간 정상회담에 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정부는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다음 달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해야 한다며 경제보복 조치와 별개로 한미일 공조 틀에서의 협력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29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건설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연내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날 수 있는 주요 국제회의로는 오는 9월 하순 유엔총회를 시작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련 정상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신문은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사태를 일방적으로 초래한 한국 측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라며 현 상태에서는 9월 유엔총회 등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더라도 아베 총리와의 직접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날 일본 외무성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협상 기록을 일부 공개하며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한편 일본 정부는 이처럼 악화하는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소미아 갱신 문제와 관련해 “2016년 체결 이후 매년 자동 연장돼왔다”며 연장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한일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협력해야 할 과제는 확실히 협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에서는 이달 초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 이후 이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의 명분으로 ‘신뢰 상실’을 들고 있는 만큼 신뢰할 수 없는 나라끼리 가장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