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고양이 학대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며 동물보호법의 강제성을 높이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민법에 동물권을 명시해 동물이 생명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29일 동물자유연대가 유튜버 A(29)씨에 대해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6일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반려견을 수차례 때리고 침대에 내려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동물자유연대가 A씨를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 조치했지만 실제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A씨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A씨가 전에도 이런 적이 있으나 불기소 처분돼 법률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고발장을 접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9일에는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정모(39)씨가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됐다. 이 같은 결정에 당시 동물권 단체들은 ‘사법당국이 동물학대자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현행 동물보호법의 강제성이 낮고 범죄가 일어나도 처벌이 미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보호법 46조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해 죽이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 학대 형량 자체도 낮지만 피해 대상이 동물이라 양형도 낮다”며 “동물을 학대해도 대부분 가해자가 반성한다거나 초범이라는 사유로 실형 선고조차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민법에 동물권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현행 민법에 따르면 동물의 법적 지위는 재산과 같은 ‘장난감’과 같다”며 “이 경우 반려견 등 동물을 학대해도 법적 제재를 받기 힘들고 주인의 재산으로 간주 돼 보호단체가 구조하기도 힘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법에 동물권을 명시하면 학대 받는 동물을 생명으로 보호할 길이 열리게 된다. 이 대표는 “동물복지선진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이미 동물을 생명으로 보도록 민법에 명문화됐다”며 “동물권 명시는 불합리한 현실을 고쳐나가자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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