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한국 측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각료회의에서 “우리가 한국에 쓰는 비용은 50억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언론은 이날 볼턴 보좌관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규모에 상당하는 방위비 증액을 우리 측에 요구했다고 전했으나 청와대와 외교부는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볼턴 보좌관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외교부 역시 “방위비 분담금의 구체적인 규모는 향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논의돼나가야 할 사항으로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말을 아꼈으나 볼턴 보좌관 방한 당시 방위비 분담금이 핵심 의제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볼턴 보좌관의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해도 미국 측에서 비공식 통로로 대규모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언급했던 50억달러는 미국이 부담해온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 직간접 비용까지 모두 합한 규모로 추산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협상을 시작해봐야 미국 측의 분명한 입장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된 50억달러는 지금의 5배가 넘는 규모로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는 3월 올해 한국의 분담금을 지난해(9,602억원)보다 8.2%(787억원) 인상한 1조389억원으로 책정하는 내용의 제10차 SMA에 서명했다. 당시 미국은 새로운 분담 원칙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유효기간 1년을 고집했다.
외교가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노골적으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5월 플로리다주 정치유세에서 “어느 나라라고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그 나라의 아주 위험한 영토를 지키는 데 50억달러가 든다. 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주는지 물었더니 5억달러라고 했다. 우리는 45억달러를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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