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사를 통해 사회공동체의 공공적 가치를 파괴하는 반칙적 범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배 지검장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직원들에게 “우리는 최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준을 벗어나 왜곡되어 행사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생하게 지켜보아 왔다”며 “검찰에 대한 국민 질타의 상당 부분도 그러한 권력의 남용이 초래되기까지 검찰의 역할과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보거나 우리의 업무 처리가 정치적 중립과 사회적 공정의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충분한 믿음을 드리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점들이 우리 검찰이 아프게 새기고,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에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높아진 형사사법적 규준을 되새겨 보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을 부정하게 행사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반칙적 범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적 약자 등 민생을 해하는 범죄에 눈감지 않는 검찰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러한 반칙적 범죄들로 △민주주의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침해하는 선거범죄 △각종 공공적 영역에서의 부패와 비리 △각종 부정과 탈법으로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하는 범죄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범죄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하거나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합의된 법적 절차를 도외시하는 범죄 등을 들었다.
다만 그는 “중소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대내외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중죄필벌(重罪必罰)’, ‘경죄관용(輕罪寬容)’의 정신을 되새겨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형사법의 절차적, 실체적 정의가 우리 업무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되어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검찰은 그 권한 행사의 과정이 공정해야 함은 물론 공정하게 보여져야 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다.
그는 “기계적인 법적용에 따른 형식적 결론 도출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고민하고 사안의 경중과 성격에 상응하는 검찰권 행사로 그 과정 및 결과에 국민들께서 공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상하 간에, 동료들 간에 열린 마음으로 적극 소통하고, 필요한 경우 관계전문가나 시민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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