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클럽 관계자들의 불법 업소 단속 요구가 빗발쳤다. 이들은 불법 업소가 경찰 유착의 고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31일 서울 강남경찰서 본관 2층 한마음홀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100일 100인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박영대 서울 강남경찰서장을 비롯한 강남서 과·계장, 지구대장 등 경찰 30여 명과 클럽관계자 및 지역 주민 6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클럽 관계자들은 경찰의 불법 업소 단속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클럽 옥타곤 대표 A씨는 “강남 클럽 중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가 많다”며 “정식으로 허가받고 세금을 내는 업소는 오히려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적인 무허가 업소들의 영업으로 인해서 경찰과 유착이라든지 틈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클럽 관계자는 “유흥업소 허가를 내지 않고 장사하는 곳이 많다”며 “왜 단속을 안 하는지 궁금하다”고 경찰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영업권 보호와 한정된 경찰력을 통한 효율적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한헌섭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비허가 업소를 단속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비허가 업소에 대해 신고가 얼마나 접수됐고 신빙성과 단속 이력 유무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단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순위를 둬 한정된 경찰력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한다”며 “또 정상적인 영업권이 침해되지 않는지 여부도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경찰 설명에도 클럽 관계자들은 경찰 단속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돌아가던 한 클럽 관계자는 “당장 네이버에 강남 클럽을 치면 수십 곳이 나오는데 오늘 참석 안 한 업소는 모두 불법 영업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저희를 오히려 죄인 취급하고 불법 업소는 단속하지 않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클럽 관계자들은 ‘경찰 출동 시 클럽 가드들이 막는다던데 요즘도 그러느냐’,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가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러느냐’는 경찰 질문에 적극 협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토론회를 마치며 박영대 서장은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정년퇴직한 경우의 평균과 이후 퇴직금에 연금까지 계산했을 때 한 사람당 경제적 가치가 약 25억원이다”며 “우리 직원들에게 여러분 가치가 이렇게 높은데 조그마한 유혹에 흔들리지 말자는 얘기를 자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한 사람이 가진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더 정신 차리면 강남 경찰과 명예 회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