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인공지능(AI)의 계산절차에 해당하는 ‘알고리즘’ 공개를 국가가 기업에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마련하기로 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디지털 무역에 관한 규칙을 논의하는 무역협상 실무협의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한 규칙은 △음악·영상 등 국경을 초월해 판매되는 디지털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기업 진출국 정부가 데이터 보관 서버 설치를 강요하지 않으며 △정부가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 공개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등이 골자다. 대부분 구글 등 이른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불리는 정보기술(IT) 거대 기업을 두고 있는 미국이 강력히 주장해온 내용이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공산품과 농산품 관세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하면 디지털 분야와 함께 일괄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규칙 주도 이유는
中 ‘데이터 통제’ 견제 의도
GAFA 등 美 자국산업 보호
유럽과 마찰 커질 가능성도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일본이 국제 규칙제정을 주도함으로써 국가 주도로 데이터를 통제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자국에서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가가 기업에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기존 국제협정에 포함된 다른 규칙과 다르게 이번 미일 협의에 새로 추가된 것이다. AI는 물론 검색서비스 등에도 반드시 필요한 알고리즘을 공개할 경우 경쟁력의 원천인 기업 비밀이 노출될 수 있어 GAFA를 거느리는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기업이 본토에 진출할 경우 국가의 통제가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이번 미일 합의가 중국뿐 아니라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유럽과의 마찰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은 프랑스가 도입한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에 반발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도 소비자보다 기업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일본의 방침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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