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 측이 한국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국가목록) 제외를 강행할 뜻을 밝힌 것으로 1일 알려지면서 양국 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한일관계 파국을 상징하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만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 한일갈등은 경제마찰에서 안보영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1일 오전 태국 방콕에서 다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양국 장관은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이날 오전 8시 45분(한국시간 오전 10시 45분)께 조우했다. 취재진에 10여분간 공개된 양국 장관의 모습은 엄중한 상황 탓인지 시종 굳어 있었다.
이날 양자회담에는 한국 측에서는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일본 측에서는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만 통역과 함께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에게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작업의 중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은 이에 대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하루 앞두고 열린 마지막 최종담판에서도 큰 입장 차를 보이면서 양국의 파국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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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할 가능성도 커졌다.
양자 회담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만큼 마지막 변수는 한일 양국에 영향력이 큰 미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공식화될 경우 한일 갈등은 경제 분야를 넘어 안보영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 전략의 핵심축인 한미일 동맹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중러의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한 배경도 한일 갈등에 따른 한미일 동맹의 약화에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일관계의 분수령이 2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중재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 폼페이오 장관이 공개적으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언급한 것은 3국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증거”라며 “폼페이오 장관은 정치적 야망도 큰 사람인 만큼 한미일 3국의 중요이슈인 한일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과업을 쌓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31일 미국이 한일 양국에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자제할 것을 촉구하며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에는 수출규제 강화 ‘제2탄’을 진행하지 않을 것, 한국에는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각각 촉구하고 (한미일) 3국이 수출규제에 관한 협의의 틀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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