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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암스트롱 "정치카드로 北核 이용한 트럼프, 내년 대선前 북미회담 가능성"

<해외 특별인터뷰-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

실무협상 재개·진전 필요한만큼 올해 정상회담 힘들듯

한반도 비핵화는 단숨에 못이뤄...'긴 프로세스' 거쳐야

상호 유연성 부여하고 대화채널 항상 열어놓는 것 중요

G2 무역분쟁도 오래 지속...韓, 글로벌 외교자산 활용을

찰스 암스트롱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이자 국제관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찰스 암스트롱(57) 컬럼비아대 교수는 현재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돼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을 정치 카드로 이용해온 만큼 내년 11월 미 대선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추가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컬럼비아대 역사학부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한 암스트롱 교수는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와 진전이 필요한 만큼 올 하반기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하노이정상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북미가 상대를 오판해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협상 진전을 위해 “상호 유연성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 비핵화는 단숨에 이뤄질 수 없는 ‘긴 절차(long process)’라고 정의해도 무방하다”며 “엄청난 난제지만 단계적으로 하나씩 해결해가면 도달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정체된 미중 무역협상 역시 쉽게 돌파구를 찾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중간에 있는 한국에 복잡한 문제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만큼 상시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난관을 해결할 역량을 축적해왔다”며 “미중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등에서 쌓아온 자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찰스 암스트롱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북미대화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우선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를 짚어봐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노이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양측의 적절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은 공식적으로 정상회담을 열기 전에 더 많은 협상을 했어야 했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 이전에 세부사항들이 대부분 정리된다. 하노이 회담에서는 북미가 상대방을 잘못 판단했다. 동시에 양측이 무리한 요구들을 했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본다.

-정체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려면 어떤 준비나 조치들이 선행돼야 하나.

△북미가 대화 채널을 항상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양측이 대화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이룰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

북미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대화의 진전을 보지 못했고 판문점회담 후에도 상호협의가 활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협상은 충분한 상호이해와 준비를 거쳐야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더 많은 근본적인 논의를 사전에 준비하고 상대방에게 충분한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그것은 지켜보면서 답을 찾아야 할 부분이다.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의 전반적 비무장화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 북한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다. 충분한 협상이 이뤄지기 전에 북측이 우월한 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비핵화 목표를 이루려면 양측이 하나의 과정으로 비핵화를 이해해야 한다. 비핵화는 가능하지만 긴 절차가 될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달성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절차를 하나씩 밟아나가는 것이다. 포괄적인 패키지 거래가 아니라 양측이 하나씩 양보하며 한 발씩 앞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핵화는 정말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또 북미가 요구사항 중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협상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나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북 제재 일부를 철회하는 대가로 북한이 제한적 비핵화 조치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에게 부담되는 많은 요구를 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 비핵화는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절차’인 만큼 대화를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즉각적인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의 핵 동결은 비핵화라는 긴 절차의 시작이 될 것이다.



-북미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고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한국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겠는가.

△한국 정부는 비핵화 문제에서 한결같고 착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이런 부분에서 정말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대화에서 계속 열린 자세를 취하며 국내 반발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대북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너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북한에 먼저 다가가 대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항상 조심 또 조심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중국·북한·일본 등 주변국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북한 문제를 풀어가도 된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회동 이후에도 협상에 별 진전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추가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북미 간 추가 정상회담이 열릴 확률은 현 상황에서도 절반은 넘는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음 협상이 열린다면 내년 11월 미 대선 이전에 추진될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정치적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고 봐 내년 대선 전 북미 추가 정상회담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실무협상이 재개돼 진전을 이뤄야 하는 만큼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미 협상만큼이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미중 간 충돌의 배경은 무엇이고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사실 미중 간 무역분쟁은 오래전부터 있던 일이다. 무역분쟁 이슈들을 보면 트럼프 정부가 새로 제기한 것들은 아니다. 따라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어도 무역전쟁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일어났을 것이며 갈등은 지속됐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일본 등 아시아의 무역 파트너들에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트럼프 정부에 ‘무역전쟁’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분쟁은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며 즉각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미중 패권 싸움이 지속되면서 북한 비핵화나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중 무역분쟁을 정치적 이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미중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중간에 있는 한국 입장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마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문제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터질 일이었다. 한국은 상시적인 대응책을 갖고 다각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미국과의 무역분쟁 때문에 비핵화 협상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내년 대선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2016년에 경험했듯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난제임에 틀림없다(웃음). 대체적인 여론의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견고하지는 않지만 당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본다.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프리미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0년 대선은 접전이 예상되고 민주당 후보로 누가 선출될지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아직 대선까지 1년 이상 남아 있어 예단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누가 확답을 줄 수 있겠나.

-한국은 미국과 동맹으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친밀하다. 아울러 중국과도 많은 경제적 관계를 쌓으며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다. 미중이 경제·안보 모든 면에서 대립하는 시대에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미중 대립은 한국 입장에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한국은 지금처럼 미국과 혈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많은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 한국에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어느 한쪽을 더 많이 편들라고 누구도 강요할 수는 없다.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자신감을 갖고 그간 쌓은 경험을 잘 활용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한국은 지금의 난관을 해결할 역량을 다방면에서 축적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독자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구축해 미국·중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 국제기구 등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활동해온 자산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뉴욕=김영필특파원·손철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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