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재판에 넘긴 주진우(사법연수원 31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전날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인 안동지청장에 임명됐다. 통상 서울동부지검의 특수부 성격인 형사6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부서나 대검·법무부 요직으로 발령받았던 점에서 좌천성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주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옅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사의를 밝혔다. 이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환경부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수 많은 법리 검토와 토의, 이견의 조율을 거쳤고, 의견이 계속 충돌할 때는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며 “수사 결과는 여러 모로 부족했지만, 검찰 내의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수사를 이끌고 가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정치색이 없는 평범한 검사”라며 “아는 정치인도 없고, 그 흔한 고교 동문 선배 정치인도 한 며 없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주 부장검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환경부 사건’을 수사함과 동시에 ‘세월호 특위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를 전담하였고, 일이 주어지면 검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여아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하였으며,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였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주 부장검사가 사의를 밝히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의 지휘라인이 이번 인사 전후로 모두 물러나게 됐다. 전날엔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난 권순철(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밝혔다. 권 차장은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인사는 메시지라고 한다”며 “다른 분들에게는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래, 수고했어. 충분했어’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린다”고 밝혔다. 그는 “양심적 판단에 어긋나게 처리하는 사건이나 결정은 없었기에 언제나 기쁜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한찬식(21기) 동부지검장 역시 검사장 인사가 나기 전에 사표를 냈다.
이외에도 현 정권에 칼을 겨눈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김범기(25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은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발령 났다.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정부·여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문제를 지적해온 김웅(29기) 단장은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 났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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