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은 한국당을 왜 싫어해요?” 최근 한국당 지도부를 만나면 항상 받는 질문이다. 총선을 8개월가량 앞두고 오르지 않는 청년층 지지율에 한국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30대가 정부와 여당에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약했지만 한국당에 대해선 강한 반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표가 연일 ‘토크 콘서트’, ‘공시생과의 치맥 대화’ 등으로 청년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 역시 20~30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행보가 한국당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본질적인 비호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한국당을 걱정하는 청년 당원들의 모임에서는 당이 ‘좀비 정당’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쓰러졌어야 할 정당이 아직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의 화살은 당의 인적 구성을 향했다. 탄핵을 반대하거나 혹은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들이 다시 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최근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도로친박당’이 된다면 아무리 당원이라도 표를 던지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청년들의 이런 우려에도 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것 같진 않다. 한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지역위원장들을 만난 일화를 들며 “내년 총선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모임에서 한 지역위원장이 “신인 공천 가산점 50%를 실제로 적용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황 대표는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는 것이다. 대표 측근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공천’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청년들이 한국당에 기대하는 것은 참신한 인재영입을 통해 ‘젊은 보수’로 거듭나는 모습이지,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다. 내년 총선 역시 새누리당 시절과 같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이들의 표심이 돌아오길 기대하긴 요원해 보인다. 지금 한국당에 필요한 건 혁신적인 인재영입을 통한 당의 정체성 변화다. “친박에 빚진 것 없다”는 황 대표의 말이 진실성을 얻으려면 친박계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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