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갈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목록) 제외가 2일 유력한 가운데 마지막 변수가 될 수도 있는 미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현실화할 경우 한일 갈등은 경제 분야를 넘어 안보영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 전략의 핵심축인 한미일 동맹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미 조야의 우려도 크다. 지난 23일 중러의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한 배경도 한일 갈등에 따른 한미일 동맹의 약화에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적인 평가다.
한일관계의 분수령이 될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한일갈등 고조와 관련, “내일 양국 외교부 장관과 만날 기회를 가질 것이며 오늘도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을 2~3분가량 만났다”면서 “우리는 한일 양국이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갈등이 경제마찰을 넘어 안보영역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자 방관에서 중재로 정책이 변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그럼에도 불구 한국과 일본은 그것들(미사일)이 사거리 안에 있기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실제 언론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양국에 분쟁중지협정을 제안하는 것을 넘어 ‘중재안’까지 제시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들은 이날 일제히 일본 정부가 이날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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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은 이날 조간에서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정령(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각의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태국 방콕에서 회담하며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와 관련해 협의했지만,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2일 오후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재를 시도할 방침이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의 중재에 응하지 않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각의 결정을 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아베 신조 내각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실제 집행을 유예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입장도 영향이 있고 당초 의도보다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생각보다 거세진 측면도 있기 때문에 실제 집행은 유예하면서 한국과 협상의 여지는 열어둘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이 끝내 파국을 선택하면서 한국은 긴장 속에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일본 각의 결정이 오전 중 나올 것이 확실해지면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청와대 대책회의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핵심인사들이 참석한 만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라는 칼을 문재인 대통령이 빼 들지 주목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강행 의사를 밝힌 만큼 이제 한일관계는 대화로 해결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며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전략물자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만큼 청와대 역시 안보상의 이유로 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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