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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방학 맞아 늘어난 청소년 일탈, 빅데이터로 찾아내죠"

■ 강동경찰서 SPO 동행

위조 신분증으로 술·담배 구매

"안 판다"하면 화내고 협박까지

사건·사고 많은 우범지대 분석

청소년 범죄노출 사전예방 나서

고민·진로 상담까지 '1인 2역'

"힘들지만…고마웠단 말에 보람"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SPO)인 유건우(오른쪽 첫번째) 경사와 이창훈 순경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로데오거리 부근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흡연 단속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지난달 29일 오후5시 서울 강동구 천호동 로데오거리 모텔촌 뒷골목. 담배를 피우다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SPO)인 유건우 경사와 이창훈 순경에게 적발된 고3 여학생이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 두꺼운 화장 뒤로 앳된 얼굴을 한 학생은 흡연 사실이 학교와 부모님에게 알려질 것을 걱정했다. 유 경사와 이 순경은 학생이 피던 담배를 압수하고 주의를 주는 선에서 계도했다. 학생과 헤어지기 전에는 손가락을 걸고 “5개월만 있으면 떳떳하게 흡연할 수 있는데 학생 때는 건전하게 놀기로 하자”며 약속도 했다. 방학 때는 조금 한가해지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 경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서 놓여나 일탈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방학 때가 오히려 더 바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여름 방학을 맞아 자유를 만끽하지만 그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치안·방범을 담당하는 SPO들은 긴장의 끈을 더 바짝 조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8월 검거된 소년범은 각각 6,450명과 5,944명으로 월평균 검거인원인 5,528명을 웃돈다. 올 상반기 서울지역에서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학교 밖 청소년’을 가장 많이 발굴한 경찰서 중 하나인 강동경찰서 SPO들의 ‘뜨거운 여름’을 서울경제가 동행 취재했다.





◇‘빅데이터’로 청소년 일탈행위 예방=강동서는 올여름 ‘지오프로(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를 활용해 청소년 우범지대 순찰을 하고 있다. 과거처럼 경험이나 단순 ‘촉(觸)’에 의지하지 않고 이제는 빅데이터를 기반 삼아 순찰에 나서는 것이다. 신성호 경위는 “과거 청소년 비행 다발지역과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이 선정한 우범지대를 분석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청소년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시간대와 장소를 도출해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강동서 관내 지구대원들은 위기 청소년이 자주 발견되는 시간대와 장소를 도보 또는 차량으로 순찰한다. 여름방학 동안 청소년의 일탈을 막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선 것이다.

실제 지오프로의 ‘강동 관내 청소년비행 분포도 및 취약지 분석’을 바탕으로 찾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로데오거리 부근에서는 어렵지 않게 비행 청소년을 만날 수 있었다. 앞서 흡연을 적발한 고3 여학생 외에도 오락실 옆 공터에서 무리 지어 담배를 피우던 네 명의 고3 남학생을 적발했다. 이 순경은 익숙한 듯 먼저 학생들의 인적사항부터 챙기고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담배 두 갑을 압수했다. 학생들은 담배를 어디서 샀는지는 끝내 발설하지 않았다. “창동에서 아는 형을 통해 받았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유 경사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담배를 구입한 업체를 밝히면 공급처가 막히기 때문에 끝까지 함구한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SPO)인 유건우(왼쪽) 경사와 이창훈 순경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이른바 ‘청소년 담배골목’을 순찰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위기청소년 발굴에 위조 신분증 판별 안내까지 ‘종횡무진’=이날 SPO들의 순찰활동은 해가 지고도 계속됐다. 가출·학교 밖 청소년 발굴 활동은 천호역 부근 공원에서 이뤄졌다. 유 경사는 “5·8호선이 교차하는 천호역 부근은 아이들에게 만남의 광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공원을 두 바퀴가량 돌았지만 다행히(?) 위기청소년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이 위기청소년 발굴에 집중하는 이유는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신 경위는 “지난해 말 가출 여학생이 숙식을 제공한다는 성인 남성과 같이 지내다 성폭행을 당해 부모가 고소장을 접수한 적이 있다”며 “당시 여학생이 경찰 조사를 원하지 않아 결국 각하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달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아동청소년법에 따르면 만 13세 이상 만 16세 미만 아동 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자발적인 성관계라고 하더라도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 진다. 지난해 발견돼 유관기관에 연계된 학교 밖 청소년은 3,516명으로 이들은 가정 복귀 및 쉼터 등 전문기관으로 보내졌다.

공원을 살펴본 뒤 SPO들은 중학교 인근의 담배·주류 판매 업장을 방문해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안내 활동을 벌였다. 특히 갈수록 교묘해지는 청소년들의 속임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어르신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중점적으로 방문하자 하소연이 쏟아졌다. 70대인 가게 주인은 “요즘 학생들은 휴대폰에 신분증 사진을 저장해 자신의 것이라고 속인다”며 “못 믿겠다고 진짜 신분증을 가져오라고 하면 ‘어제는 팔아 놓고 오늘은 왜 안 파느냐’며 도리어 화를 내고 협박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경찰은 주민등록증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번호 ‘1382’ 스티커를 가게에 붙여주고 사용법을 안내했다. 신 경위는 “1382를 누르고 주민등록번호 열세 자리와 발급일자 여덟 자리를 누르면 진위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유 경사는 “진짜 주민등록증인지 확인하려고 전화기만 들어도 학생들이 놀라 도망갈 것”이라고 거들었다.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SPO)인 이창훈(왼쪽 두번째) 순경이 흡연 단속에 적발된 학생을 계도하고 있다. 적발된 학생이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성형주기자


◇청소년 진로 상담도 척척=SPO들은 순찰·적발에만 그치지 않고 청소년들의 진로 문제 해결에도 앞장선다. 강동서는 파티시에(제과·제빵사)에 관심이 높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접근하지 못했던 학생 27명을 모아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행취재를 진행한 당일에도 두 명의 학생이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신 경위는 “단순 직업체험 활동이 아닌 학생들이 적성을 찾고 구체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고 있다”며 “같은 길을 걷는 친구들과 고민을 공유하는 등 심적 안정을 찾는 데도 효과가 큰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동서는 관할 내 중·고등학교 10곳에서 39명의 학생을 모집해 치안동아리인 ‘폴던트(Police+Student)’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로, 최근에는 함께 경찰수사연수원을 견학하기도 했다.

SPO들은 눈에 띄는 화려한 검거 실적은 없을지라도 동생이나 조카 같은 학생들을 상대하며 경험하는 성취감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이 순경은 “SPO 활동을 하며 알게 된 학생들이 졸업 후에 ‘고마웠다’며 찾아올 때 형언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 경사도 “관심을 가지고 가르치고 보살피면 위기 상황에 놓인 아이들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하면 없는 힘도 샘솟는다”고 말했다./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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