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이 압류됐다는 법원 결정문을 일본 정부가 전달받고도 해당 기업에 송달도 않은 채 바로 국내로 반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1월25일 일본제철에 송달해달라며 일본 외무성에 발송한 ‘재판상 및 재판외 문서의 해외 송달 요청서’를 7월19일 반송했다. 일본 외무성은 올 2월7일 해당 서류를 송달받고도 5개월 이상 일본제철에 넘기지 않았다. 7월25일 법원행정처가 수령한 반송 서류에는 반송 사유가 전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요청서에는 지난 1월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포스코와 일본제철 합작회사인 PNR의 주식 압류를 결정한 결정문도 포함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결정문이 일본제철에 송달되지 않았더라도 법원 결정에 따라 압류 절차는 얼마든 진행될 수 있다.
대리인단은 반송 사유도 적지 않은 일본 외무성의 행위가 한·일 양국이 가입한 ‘민사 또는 상사의 재판상 및 재판 외 문서의 해외송달에 관한 헤이그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헤이그협약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법원행정처에서 해외송달요청서를 수령하면 증명서를 작성하고, 송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증명서에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 또 헤이그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송달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데 일본 외무성이 이 역시 위반했다는 게 대리인단 측 주장이다. 대리인단은 이날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압류 결정문을 다시 일본제철로 송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리인단은 “일본 외무성이 송달 문서의 내용을 임의적으로 평가하고 자국 기업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될 경우 송달을 거부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반세기가 넘도록 쌓여온 국제사법공조의 틀의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외교부에 일본 외무성의 위법한 송달거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춘식 할아버지 등 4명의 징용 피해자·유족에 대해 일본제철이 각각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제철은 이에 대해 침묵했고 결국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올 1월 PNR 주식 8만1,075주에 대한 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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