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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캠핑카 타고 이룬 버킷리스트





캠핑카를 타고 원 없이 여행하는 것은 우리의 버킷리스트였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못하는데 그때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젊은 시절에는 노후를 대비한답시고 젊음을 양보하고, 노인이 되어서는 젊은 날을 후회하거나 질투하며 그때가 좋았지, 혀를 차는 그런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버킷리스트’의 정의를 새로 써보기로 했다.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치러야 할 인생의 밀린 과제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니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김모아 허남훈, ‘여행하는 집, 밴라이프’, 2018년 아우름 펴냄)

1세대 아이돌 핑클이 20년 만에 뭉쳐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TV프로 ‘캠핑클럽’이 화제다. 걸그룹 멤버였던 이들이 소변통을 비우다가 몸에 묻히고, 캠핑카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며 서로의 코 고는 소리까지 듣는 장면들은 마음에 여유가 없어 챙기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한 신혼부부도 한국에서 집을 없애고 캠핑카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원한다고 캠핑카를 뚝딱 장만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부부는 글 쓰고 영상을 만드는 재능을 담보로 캠핑카업체에 곡진한 편지를 보냈고, 기적처럼 캠핑카를 얻어 ‘밴라이프’를 시작한다. 그들에게 캠핑카는 매일 창밖 풍경이 바뀌는 집, 서로의 체온을 느끼기 좋은 집이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집을 끌고 내가 먼저 만나러 갔다.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움을 실감하며 여행하듯 살아가고 살듯이 여행했다.



버킷리스트가 현재의 삶과 너무 멀어서 막연히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별이라면 나중에 죽기 전에 그 별에 닿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이 부부는 한국에서 재산목록 1호로 불리는 집을 없애고 떠도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젊은 나이에 별을 잡았다. 버려야만 이뤄지는 것들이 있다. 결코 미루지 않아야만 도달하는 꿈이 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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