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미국의 아시아 지역 중단거리미사일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 군대, 그리고 한국과 일본 및 다른 지역의 동맹국 방어에 대한 것”이라며 “군사력을 증강하고 위협을 가한 것은 중국”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대응하겠다는 중국의 반발을 일축한 것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전날 환율에 이어 안보문제로까지 급격히 확산되는 모양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수천 개의 미사일을 배치했다. 그들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일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에서 탈퇴한 하나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위협이 미사일 배치의 이유라고 설명한 셈이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중국의 문 앞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중국은 대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신속하게 숙고해 영토에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허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와 기술이전 강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국을 한층 압박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진짜 문제는 수십년 동안 보여온 중국인들의 잘못된 행동”이라며 “근본적으로 우리의 지식재산을 훔치고, 기술이전 강요에 관여하고, 미국 및 다른 국가의 기업을 차별하는 행동을 미국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멈추려 하지 않는다면 벌을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목적이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 억제뿐 아니라 지재권과 기술이전, 차별대우 해소에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거꾸로 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중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을 비판했다. 에스퍼 장관은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회동해 “중국의 군사적 행동과 약탈적인 경제적 행동이 우리가 지키려는 국제적인 룰(규칙)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도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위압적 행동으로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서 “경제적 위압, 지식재산 절도, 환경파괴는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마크 펜스 부통령과 만난 중국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의 밥 푸 대표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는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 이슬람교도를 수감하고 있는 중국 신장 지역 고위관리들을 제재하기 위해 글로벌 ‘매그니츠키법’을 적용할 용의가 있다”며 “펜스 부통령이 가을에 종교의 자유에 대한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매그니츠키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권침해를 행한 이들을 대상으로 자산동결과 금융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 신장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소요가 빈발하는 곳으로 미국이 제재를 추진할 경우 중국이 극렬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악시오스는 “(펜스 부통령과 푸 대표 간) 만남 이후 몇 시간 지나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중(對中) 압박정책이 모두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중국 정부는 앞서 “중국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미국에 대한 맞대응 의지를 밝힌 데 이어 7일에도 “환율조작국 지정은 무역갈등을 키우는 악랄한 행위”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제멋대로 일방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행위로 국제규칙을 공공연히 짓밟았다”며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