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중국 관광객 여권에 남중국해 내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표기한 도장을 찍기로 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 영해로 구분한 지도를 여권에 그려넣어 발급한 데 대한 ‘맞보복’ 조치다.
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5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테오도로 록신 외무장관의 이 같은 제안을 승인했다. 중국 여권에 찍을 도장은 2012년 필리핀이 유엔으로부터 자국 EEZ로 인정받은 벤험라이즈를 포함해 필리핀 EEZ 전체를 표기한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이 조치를 올해 안에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중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암초 일부는 필리핀 EEZ 200해리와 겹쳐 두 나라 간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구단선이 인쇄된 일반 여권을 2012년부터 발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필리핀은 구단선 지도가 인쇄된 중국 여권 대신 입국신청서에 도장을 찍어왔다. 여권에 도장을 찍을 경우 중국의 구단선을 인정한다는 오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여권에 필리핀 EEZ를 표기한 도장을 찍겠다는 조치는 더 나아가 필리핀의 영유권 주장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다.
앞서 6일 필리핀 대통령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미뤄왔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전역의 관할권을 갖는다는 중국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한 국제중재재판소의 2016년 판결을 의제로 삼을 계획이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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