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자체 사이에는 ‘파워 유튜버’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유명 배우나 가수, 작가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해왔던 지자체들이 이제는 수백 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자체는 유튜버가 가진 파급력을 이용해 홍보 효과를 보고, 유튜버들은 공신력 있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일종의 ‘윈윈전략’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 부담은 크다. 인기 많은 유튜버들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지자체까지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의 홍보대사 운영 조례에 따르면 ‘홍보대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홍보대사 해촉이 가능하지만, 이미 발생한 이미지 손상에 대한 피해를 보상 받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 마포구와 홍보 업무협약 맺은 BJ창현...한 달 만에 터진 ‘저작권 논란’
지난달 마포구는 유튜버 BJ창현(본명 이창현)과 마포구 관광자원 홍보 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창현 거리노래방’으로 유명한 BJ창현은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크리에이터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홍대 걷고싶은거리 일대와 각종 행사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노래자랑 형식의 공개방송을 진행해왔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마포구는 매주 토요일 저녁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위치한 마포관광정보센터 앞 무대를 창현의 거리노래방 촬영 장소로 제공하고, BJ창현은 마포구의 문화관광 행사와 축제 등 문화예술 사업의 홍보에 협력하고 구가 제작하는 관광 관련 SNS 콘텐츠에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무협약 체결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BJ창현은 동영상 저작권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월 30일 새벽 BJ창현은 ‘창현 거리노래방’에 올라온 1,000개가 넘는 영상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전환했다. 직후 올린 영상에서 BJ창현은 ‘대기업의 갑질이 있었다’며 해명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대기업의 갑질이 아닌 저작권 문제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가속화했다.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 BJ창현은 ‘저작권료를 제대로 내고 있다’며 해명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을 통해 ‘대기업 갑질’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문제 해결 후 밝히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추가적인 입장 표명은 없어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 해결 후 복구하기로 한 영상들도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BJ창현 채널의 구독자는 30일 새벽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해당 논란에 대해 마포구 홍보 담당자는 “(홍보 협약에 대해) 변동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담당자는 “시간이 흘러 상황이 커지고 법적인 문제 발생하면 그 때 가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지, 이제 막 협약을 맺은 단계에서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며 “이런 논란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결론일 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리 대책을 세우긴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지자체들이 논란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유튜버를 홍보 수단으로 쓰려는 것은 지자체 소식에 관심이 적은 10~20대의 주목을 끄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의 홍보 담당자는 “10~20대에게 지역 소식을 알리고자 유튜버를 섭외 중”이라며 “이미 유튜버를 섭외한 타 지자체를 보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트폭력·여성혐오·AV배우와 합동방송…논란 유튜버 홍보대사 위촉되기도
지난 7월 초 대구 달성군은 인기 유튜버 보겸(본명 김보겸)을 달성군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BJ보겸은 34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게임, 일상 등을 주제로 한 1인 방송 콘텐츠로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활동 중이다.
그러나 보겸은 자극적인 방송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보겸은 지난 3월, 일본 AV배우 출신 유튜버와 ‘정력배틀을 뜬다’는 주제로 자극적인 합동 방송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일부 구독자는 “미성년자의 접근성이 높은 채널인데, AV배우 출신이 나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합동방송 2탄까지 진행됐다.
지난해 5월에는 데이트 폭력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전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금품을 요구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보겸은 “전에 사귀던 분과 말다툼 중 우발적으로 팔을 때려 멍들게 한 적이 있다. 이 부분은 제가 명확하게 잘못한 게 맞다는 것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계속 반성하고 있다”며 폭행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다.
보겸을 홍보 모델로 발탁했던 기업도 곤욕을 치렀다. 앞서 케이티(KT)는 지난 5월 ‘보겸’이 나온 광고를 공개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고 하루 만에 광고를 삭제했다. 한 네티즌은 “전 여자친구 폭행, 여혐(여성혐오) 방송으로 논란이 된 보겸의 광고를 KT에서 보게 되다니 화가 난다. 10년 동안 사용해왔는데 타 통신사로 가족과 함께 변경하겠다”며 항의했다. 지난해 프로야구팀 KT위즈 역시 보겸을 경기 전 시구에 섭외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결정을 철회했으며, 보겸을 ‘스타워즈 앰버서더’로 선정해 비난받았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공개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 지하철 역사에 보겸이 등장하는 아프리카 TV 채널 광고가 게재됐다가 수백 건의 민원이 접수돼 광고가 철수되기도 했다.
대구 달성군 홍보 담당자에게 ‘논란이 많은 유튜버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에 대해 달성군은 어떤 입장인가’ 물었지만, 담당자는 “자질에 대해선 딱히 저희 쪽에서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으로 유튜버를 홍보대사로 안 쓸 것’는 지자체도 나와
지난해 8월 대전 중구는 수백 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밴쯔를 ‘제10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대전 중구에 오래 거주했다는 점, 구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1인 크리에이터라는 점에서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주제로 한 효문화뿌리축제와 어울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7월 밴쯔가 허위·과장 광고로 징역 6개월을 구형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은 최근 열린 밴쯔에 대한 결심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판매하는 식품을 먹으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며 소비자를 기망하거나 오인·혼동시킬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며 구형의 이유를 밝혔다.
비난의 목소리는 밴쯔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중구까지 번졌다. 밴쯔가 홍보대사를 맡았던 축제가 끝난 지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고, 올해 11회 축제에 홍보대사 연장 체결을 하지 않았음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줄지 않았다. 한 지역 언론에서는 “지자체가 도덕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 없이 지역 연고와 유명세만을 이유로 홍보대사로 위촉해, 결과적으로 효문화뿌리축제의 명성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초했다”며 “지역 일각에서 국내 최고 ‘효(孝)’ 주제 행사인 효문화뿌리축제 홍보대사를 선정이 주먹구구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중구 홍보 담당자는 “앞으로는 유튜버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건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유튜버라는 존재가 논란 문제에 취약하다는 걸 이번에 많이 느꼈다며 “그동안은 지역에서 잘 알려진 인물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는데, 지난해엔 좀 홍보를 많이 해볼까하는 욕심에 안타까운 선택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전시 중구는 오는 9월 열리는 제 11회 효문화뿌리축제에 아예 홍보대사 위촉 자체를 하지 않고 자체적 홍보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6개월간 지자체 홍보대사로 위촉된 유튜버는 5명에 달한다. 대구시는 지난 3월 3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나하은 양을 어린이 대구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지난 4월 경기도교육청이 홍보대사로 위촉한 학생-교사 6명엔 예명 ‘달지’로 활동 중인 래퍼이자 유튜버인 이현지 씨가 포함됐다. 부산시는 7월 말 137만 유튜버 양팡(본명 양은지)을 부산시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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