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채희(33)씨는 지난 2017년 8월 애견 카페에서 유기견을 입양했다. 강아지에게 ‘아인슈타인처럼 똑똑하게 자라라’는 의미로 ‘아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강씨는 지난해 10월 14박16일 일정으로 아인이와 함께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아인이를 입양한 후 ‘학교-집-공원-카페’만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에 상쾌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시점이었다.
강씨는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가보니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한 아름 만들 수 있었다”며 “내년에는 신랑도 함께 셋이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씨는 아인이와 함께한 여행담을 ‘댕댕이 친구들! 이탈리아 여행 가개!’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 지난달 출간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강아지·고양이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강씨처럼 장거리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펫투어’가 보편화하면서 각 여행사와 숙박 업계도 반려동물 인구를 유혹하기 위한 상품을 속속 출시하는 모습이다.
항공사별 동반탑승 기준 제각각
대한항공 생후8주 넘은 1마리만 기내 허용
호주 갈땐 화물비행기에 따로 실어 보내야
◇해외여행 때는 항공사 규정·구비서류 꼼꼼히 챙겨야=반려동물을 데리고 멀리 외국으로 갈 때는 미리 확인하고 챙겨야 할 서류와 항공사 규정들이 꽤 많다. 우선 홍콩·일본·미국·유럽연합(EU) 등은 비행기에 반려동물과 동반 탑승할 수 있지만 호주의 경우 어느 항공사를 이용하든 동물은 화물 비행기에 따로 실어 보내야 한다. 동반 탑승을 하든 따로 보내든 반려동물의 항공요금은 발생한다. 환율과 운행구간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 강씨는 아인이를 위해 왕복 항공료 40만원을 추가로 냈다.
이와 함께 각 항공사는 반려동물 여행과 관련한 각종 규정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생후 8주 이상(무게 7㎏ 이하)의 개·고양이, 애완용 새에 한해 동반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수하물 위탁은 이들 동물이 생후 16주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탑승객 1인당 기내 반입은 한 마리, 수하물 위탁은 두 마리만 가능하다. 다만 한 쌍의 새, 6개월 미만의 강아지나 고양이 두 마리는 하나의 가방 안에 넣어 비행기에 동반 탑승할 수 있다. ‘펫투어족(族)’이 해마다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운송 건수 역시 대한항공은 2015년 2만353건에서 2018년 2만7,695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기간 1만4,025건에서 2만6,838건으로 늘었다.
까다로운 검역증명서 꼼꼼 체크
마이크로칩 심고 광견병 예방접종 반드시
항체검사서 정상수치 안나오면 출국금지
항공권 발급보다 까다로운 것은 검역증명서를 발급받는 일이다. 국가별로 검역 요구사항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우선 마이크로칩을 동물에 삽입한 다음 광견병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예방접종 한 달 후 항체검사를 하고 건강증명서를 발급받으면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다. 항공권을 미리 예매한 뒤 항체검사에서 정상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비행기 티켓을 취소해야 하는 만큼 항체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항공권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이후 반려동물의 예방접종 기록이 있는 병원에서 받은 건강검진서를 항체검사확인서와 함께 출국 당일 공항 검역소에 방문해 제출하면 검역증명서가 나온다.
해외 숙소의 경우 ‘반려견 동반 호텔 사이트’를 이용하면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강아지와 함께 40일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온 심효정(36)씨는 “숙소에 대한 정보를 몰라 딱 하루만 호텔을 예약하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주로 머물렀는데 예상외로 현지에서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입장할 수 있는 숙소들이 아주 많더라”고 전했다.
여행사 국내 펫투어 패키지도 다양
펫카시트·배변패드 갖춘 버스로 제주여행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한 페리 투어 상품도
◇국내 여행사·호텔 ‘펫투어’ 상품 속속 출시=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면서 여행사와 호텔·리조트들도 주인과 동물이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는 펫투어 상품인 ‘반려견과 함께하는 해피 퍼피 제주’를 5월 처음으로 선보였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날아가 2박3일 동안 버스를 타고 제주도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펫투어 전용 버스는 강아지를 위한 카시트와 배변 패드 등을 갖췄다. 모두투어 역시 ‘댕댕이랑 떠나는 힐링투어’를 지난달 출시했다. 전남 완도항에서 페리를 타고 제주까지 간다. 페리에는 강아지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터가 설치돼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고양이를 비롯한 다른 반려동물도 투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용 대상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골드펫리조트 같은 애견 복합테마파크도 등장했다. 이 리조트는 반려견과 함께 묵을 수 있는 곳으로 글램핑·캠핑카·콘도 형태의 숙박시설은 물론 펫 전용 수영장까지 갖췄다. 골드펫리조트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개장 초기에는 월 방문객이 5,000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만5,000명으로 세 배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글래드호텔·레스케이프호텔·메이힐스리조트 등 도심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숙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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