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빌 드러먼드와 지미 코티가 결성한 영국의 2인조 그룹인 KLF는 실크 모자와 코트에 기타를 들고 ‘닥터린 더 타디스’로 ‘톱 오브 더 팝스’의 1위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그해 KLF는 자신이 만든 음악이 전국 방방곳곳에 울려퍼지는 모든 창작자의 순수한 염원을 이룩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을 출판했다.
신간 ‘히트곡 제조법’은 KLF가 기획·작곡·자금 대출·제작·홍보 등 1위 히트곡을 만드는 데 따지고 거쳐야 할 거의 모든 단계를 하나하나 안내한 책이다. 자신들이 경험한 음악 산업과 주변부의 난삽한 민낯도 함께 폭로했다. 책은 1988년에 출간됐지만 KLF의 조언들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책이 머물러 있는 1980년대가 30여 년이 흐른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번역은 앰비언트 음악가 겸 대중문화 평론가 겸 음악 웹진 ‘아이돌로지(Idology)’ 편집장 ‘미묘’가 맡았다.
책은 출간한 이듬해에 재판을 찍고, 10여 년 동안 독일어와 체코어 등으로 번역됐다. 책의 실용성은 이미 여러 창작자를 통해 입증됐다. 오스트리아의 댄스 밴드 에델바이스(Edelweiss)는 이 책을 참고서 삼아 ‘내게 에델바이스를(Bring Me Edelweiss)’를 전 세계적으로 500만 장 이상 팔아치웠다. 영국의 대표적 댄스 펑크 밴드인 클랙슨(Klaxons)의 제이미 레이놀즈 또한 자신들은 그저 이 책의 지시 사항을 따랐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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