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수사 및 피해 예방 업무 매뉴얼’을 개편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물뽕’을 포함해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의 경우 준강간이 아니라 강간 혐의를 적용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10일 경찰청은 최근 ‘성폭력 근절 업무 매뉴얼’ 개정판을 제작해 각 지방청과 경찰서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매뉴얼에는 사이버 성폭력과 약물 이용 성범죄, 카메라 이용 촬영죄 등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성범죄 특성과 유형별 업무처리 절차가 추가된 점이 눈에 띈다. 경찰은 특히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약물이 쓰였는지 우선 파악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GHB의 경우 단시간 내 체내에서 반출되며, 무색·무취한 특성 탓에 음료에 섞는 경우 식별이 어려운 탓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약물 투여행위를 ‘폭행’으로 판단해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를 ‘준강간’이 아닌 ‘강간’ 혐의를 적용해 적극적으로 수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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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준강간과 달리, 약물 이용 성범죄의 경우 약물 투여 행위를 강간의 고의를 가진 폭행으로 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새 매뉴얼에는 13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된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성범죄 관련 법령 개정 사항도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의 개념과 유형 및 실제 사례,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사항과 현장 체크리스트 등도 포함됐다.
경찰은 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막고 피해자의 협조를 끌어내고자 지난 3월부터 ‘성폭력 피해자 표준 조사모델’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한 면담기법과 조사 단계별 대응 가이드라인도 반영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폭력 수사와 예방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매뉴얼을 개정했다”며 “구체적인 단계별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업무처리 절차를 체계화했다”고 설명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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