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낮은 기업도 사채를 발행하기 쉬운 금융환경이 좀비기업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융정보 서비스 퀵(QUICK) 팩트세트 데이터베이스로 미국·유럽·일본·중국·아시아의 2만6,000개 상장사(금융 제외)의 재무를 분석한 결과 3년 연속 이자 규모가 영업이익을 넘어선 좀비기업이 지난해 전체의 20% 수준인 5,300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08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08년에는 조사 대상인 1만8,000곳 가운데 14%가 좀비기업으로 분류됐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이 1,439곳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이 923개로 그다음을 기록했지만 좀비기업이 미국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2%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금융완화 조치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도 빚으로 연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같은 현상은 ‘패자를 퇴출시킨다’는 시장의 기능이 약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회사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22%였지만 좀비기업은 대부분 20% 이하의 매출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하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금리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지며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이들의 자금난이 더욱 가중되면서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인도의 좀비기업이 617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431), 한국(371), 대만(327) 순으로 집계됐다. 채무 의존도가 낮은 일본에서는 좀비기업이 109개에 그쳤다. 좀비기업의 순증가 수에서는 유럽(714개), 미국(561개), 인도 (405 개)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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