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무력진압 경고에도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가 멈추지 않자 중국 정부가 다국적기업들을 사상 검증의 시험대에 세우며 친중 노선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점을 악용해 관영매체로 보이콧(불매운동)을 조장하며 기업들의 항복을 이끌어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2일 미국 명품 브랜드 코치가 자사 제품과 웹사이트에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사실이 중국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치가 제작한 ‘COACH1941’ 티셔츠(사진)가 중국의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거스르고 대만과 홍콩을 별도국가로 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코치 영문 홈페이지가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분류해놓은 점도 문제시됐다.
이에 코치 홍보대사이기도 한 중국인 유명 모델 류원은 “코치의 행동은 엄중히 비난받아야 한다”면서 관련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중국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코치는 논란이 된 티셔츠를 회수하고 홈페이지 수정에 나섰다. 코치 측은 “티셔츠 디자인에 큰 실수가 있어 관련 조치를 취했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한다”면서 “이러한 잘못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지방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지방시가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분류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중국 톱 아이돌그룹 TV보이스의 이양첸시가 이에 반발해 지방시와의 관계단절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류 브랜드 캘빈클라인(CK)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홍콩을 국가로 표기했다가 중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회사 측은 “미국 사이트에서 국가 구분에 실수한 데 유감을 표하며 중국 영토에 맞게 수정하겠다”면서 “캘빈클라인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보존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도 티셔츠에 홍콩과 마카오를 별개 나라로 묘사했다가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중국 내 브랜드 홍보대사인 중국 배우 양미가 베르사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며 불매운동에 동참하자 이 회사는 전날 웨이보 계정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논란이 된 티셔츠 전량을 회수했다.
중국은 홍콩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지난 10일 웨이보를 통해 홍콩 침사추이 소재 대형쇼핑몰 하버시티가 3일과 5일 인근에 게양된 오성홍기가 바다에 버려질 당시 저지하지 않았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앞서 중국 민항국이 9일 불법시위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지한 직원에게 중국행 비행기를 조종하지 못하게 하거나 중국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며 홍콩 국적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도 희생양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의 제재는 베이징(중국 정부)이 중국과의 사업으로 부를 축적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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