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감독이 “선과 악의 완벽한 미드필드 같은 존재다. ‘지신’ 역에 완벽한 캐스팅이었다.”고 극찬했듯 우도환은 영화 안에서 마음껏 선과 악을 유연하게 넘나든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강력한 악(우도환)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이 연출했다.
‘사자’에서 세상에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 역을 맡아 상대의 약점을 단숨에 꿰뚫고 이용하는 인물을 연기한 우도환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세밀한 연기뿐만 아니라 7시간의 특수 분장을 소화해냈다. 정형화되지 않은 악을 숭배하는 역할인데, 참고할 만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마땅치 않아 소화해내기 결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작품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마스터’(2016) 이후 두 번째 영화인데, 그때는 대사도 없는 단역이었다. 이번에는 나 혼자 끌고 가는 장면도 많아서 긴장됐다. ”고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김주환 감독이 “착한 얼굴도 있고, 악한 얼굴도 있어서 상대를 속여야 하는 지신과 잘 어울릴 것 같다” 고 말하며 믿음을 심어줬다고.
그렇게 ‘사자’와의 만남은 시작됐다. 악을 숭배하며,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역은 ‘연기적인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그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지난 촬영을 돌아봤다.
인터뷰 질문에 신이 나서 답을 하던 우도환은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 하는 느낌이랄까. 되게 현장이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현장이었다.”며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베일에 둘러싸인 미스터리한 인물 ‘지신’은 상대의 약점을 꿰뚫고 이용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캐릭터로 ‘용후’와 ‘안신부’에 의해 자신의 계획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자 그들의 주변을 맴돌게 된다. “기존에 없었던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 우도환은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단순히 만화적인 장면으로 그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신이 우물 앞에서 주술을 하는 장면을 제대로 살리고자 했다. 집에서 재단을 만든 뒤 초도 켜놓고 기도와 주문을 연습했다. 불을 다 끈 상태에서 촛불 하나만 켜고 앉아 무의식의 상태로 중얼거렸고, 그 목소리를 녹음해 받아 적었다. 그렇게 전혀 새로운 ‘악마의 언어’가 탄생했다.
지신은 평상시엔 클럽사장으로 존재한다. 그러다 왜 검은 주교가 됐는지에 대한 전사(前史)는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우도환은 “아마 지신도 용후와 비슷하게 고아로 자랐을 거다. 용후의 주변에 예수님이 계셨다면, 지신에겐 검은 주교가 있었다. 인간이 가장 힘들고 약해져 있을 때 지신이 찾아가는 것처럼 지신이 힘든 시기에 검은 주교가 찾아왔다고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신이 클럽 사장이라는 설정도 김주환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든 설정이다. 이야기 곳곳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우도환에 따르면, ‘지신’이 좀 더 많은 사람을 악으로 끌어들이듯, 현혹되기 쉬운 클럽에서 악을 더 끌어들이게 된다. 그는 “클럽에서 지신이 사람들을 내려다 보는 장면은 악이 약한 인간을 내려다 보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지신이 악을 상징하는 ‘뱀’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작품의 하이라이트. 우도환은 뱀파이어와 같은 ‘악’ 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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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신의 능력은 악의 능력인 게 크다. 지신은 자기 혼자 서할 수 있는 게 없다.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악의 존재를 향한 자기만의 의식을 치르듯, 다 악의 힘을 빌려서 행하지 않나.
‘지신’을 쫓는 ‘용후’ 역 박서준과 ‘안신부’ 역 안성기와의 팽팽한 대립 속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도 엿볼 수 있다. 뱀의 표피와 비슷한 형상의 몸을 구현해내기 위해 7시간에 걸친 특수 분장도 감행했다.
“CG로 입힐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실사로 가져가고자 했다. 시커먼 입 안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먹을 수 있는)검은색 물감을 마시기도도 했다. 촬영 전날부터 준비하고, 촬영 중간 중간 계속 수정해주신 촬영팀의 노고가 있었기에 좋은 장면이 완성된 것 같다.”
드라마 ‘구해줘’, ‘매드독’, ‘위대한 유혹자’ 영화 ‘마스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탄탄한 연기력과 자신만의 색이 확실한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우도환은 2019년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 ‘나의 나라’를 통해 데뷔 이후 첫 사극에 도전한다. 올 하반기에는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촬영도 들어간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귀수’도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자’에 이어 차기 개봉작인 ‘귀수’ 역시 악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악역을 연달아 하는 이유를 묻자, 우도환은 “악역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라면,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우도환은 “작품 구분을 할 때 ‘악역이 아니다’고 했을 때 매력인 것 같다 ” 며 “그 만의 전사가 있고, 타당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인물이 왜 악이 됐을 수 밖에 없었나’를 보여주고자 한다. 악역의 매력을 찾아가는 걸 보여주는 게 배우인 제가 해야 할 몫이다. 그 인물만의 정당성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 배우로서 정당성 역시 함께 말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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