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들뜨는 여름 휴가철. 하지만 이맘때쯤이면 유독 걱정이 커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전국에 있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지키는 분들인데요, 매년 휴가철마다 유기·유실동물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이 거리로 내몰릴까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와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 등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여름 동안 버려진 동물이 2만 2,948마리에 달했습니다. 지난 한해 구조·보호된 유기·유실 동물의 수가 12만여 마리인 점을 볼 때 전체의 5분의 1 가량의 동물이 여름 휴가철 동안 버려진 셈이죠. 무엇보다 매년 신규 등록 반려 동물 수가 늘어나는 만큼 여름철 유기되는 동물도 함께 늘어난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종류를 보면 개가 75.8%로 압도적인 비율을 보입니다. 자신이 버려지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거리 생활을 하게 된 유기견들의 심정은 대체 어떨까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유기견이 버려지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고 하는데요. 양육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털을 너무 많이 뿜어서, 관리하기 귀찮아서 등 일상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마냥 예쁘다며 개를 입양했던 견주들이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결과였죠. 심지어 성격이 너무 활발하다는 이유로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견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 유기견은 여전히 사람을 좋아해 보호소를 찾는 모두에게 애교를 부린다고 합니다.
유기견은 대체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힘겨운 거리 생활 탓이기도 하지만, 몸에 큰 병이 생겨 주인에게 버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죠. 몸과 마음에 모두 상처를 입고 버려진 유기견은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 이미 병이 악화해 보호소로 들어오거나 거리에서 자연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때는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을 누리던 반려견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 것이죠.
이외에도 새끼를 너무 많이 낳아서, 집에 아기가 태어나서 등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버려지는 개들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 다양한 이유의 공통점은 모두 사람의 이기적인 선택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잘못된 행동이 신경 쓰여서인지 일부러 거주지로부터 한참 떨어진 휴가지, 고속도로 등에 개를 유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이는 휴가철에 유독 유기견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입양률 90%”… 도심형 보호센터가 유기·유실동물 해법 될까
통계 등에 따르면 매해 버려지는 개들의 수는 9만 여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중 유기가 아닌 유실견으로 밝혀져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는 경우는 10마리 중 한 마리(13.0%) 수준에 그친다고 하죠.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비율도 27.6%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 개들은 주인을 기다리다 자연사(23.9%)하거나 안락사(20.2%)당하고 말죠.
지난 2017년 11월 문을 연 서울 강동구 ‘리본센터’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소해줄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곳입니다. 리본센터는 강동구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국 지자체 최초의 카페형 유기동물 분양센터입니다. 센터 오픈 이후 지금까지 약 300여 마리의 유기견이 들어왔는데 이중 130여 마리가 원래 가족을 찾아 돌아갔고 120여 마리가 새 주인을 만났다고 하죠. 유기·유실견의 약 90%가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얘기입니다.
리본센터 한 관계자는 입양률이 유독 높은 이유로 도시와 가까운 ‘접근성’을 꼽았습니다. 그는 “리본센터는 반려인구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 인접해 있어 쉽게 들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특히 분실한 개를 찾는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유기견 입양을 통해 반려인구가 된 사람들은 더욱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관계자는 “도심형 보호센터를 통해 유기견을 입양한 경우 펫샵과 달리 개를 돈을 주고 거래하는 대상이 아닌 소중한 생명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센터의 성공을 보고 비슷한 센터 설립에 힘을 쏟는 지자체도 많아졌습니다.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인식한 거죠. 리본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말 서초구에서도 유사한 동물사랑센터가 문을 열었다”며 “이 밖에도 서울, 경기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시설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고 실제로 많이 견학을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자체 노력만으론 역부족… 동물복지 위해 모두가 힘 모아야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유기·유실 동물들의 피해를 보전하기란 역부족입니다. 우선 이런 활동들이 개별 지자체나 개별 센터 차원이 아니라 중앙 정부 차원에서 광역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리본센터 측 한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보호센터를) 운영을 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며 “ 서울을 권역별로 나눠 센터가 생기고 정부 및 광역 단체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 넓은 지역을 보다 효율적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기동물 입양 등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유기동물 입양과 관련한 캠페인 등이 부쩍 늘고 있는데요. 특히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가 널리 알려지며 유기동물 입양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고 아끼면서도 조금만 귀찮아지면 금세 버려버리는 사람들의 문제 행동 자체를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반대로 말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버려지는 동물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이죠. 어떤 이는 양육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토로하고 다른 이는 소음·가정형편 등의 이유를 내세웁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모두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부터 심사숙고돼야 하는 사안들이었죠. 사람들의 책임감 없는 행동이 수많은 유기동물을 만듭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인 현재,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글=김민주 인턴기자 min0704@sedaily.com 영상제작=김민주·정현정·황민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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