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어가는 영화 현장을 사랑하는 배우 류준열이 ‘봉오동 전투’를 통해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란 수식어를 얻은 것에 환한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은 ‘국사책에서 본 독립군과 닮았다’는 평을 남겼다.
그는 “처음엔 저도 무슨 단어인 줄 몰랐는데 그 의미를 알고 나니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며 그 이유를 밝혔다. 류준열은 연기를 배우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개념 중 하나가 ‘원래 거기 있었던 사람이어야 한다’였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스스로 이것을 제1의 원칙으로 생각하고 연기를 하는데, ‘국찢남’이 바로 그 뜻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작 빅스톤픽쳐스)는 지난 1920년 6월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거둔 첫 대규모 승리 실화를 그린 영화다. 극 중 류준열은 냉철한 이성과 빠른 발을 가진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연기했다.
류준열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임했다. 그렇기에 “국사책에 몇줄 나오지는 않지만, 독립운동의 불씨가 된 의미 있는 전투이고, 이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관련 자료의 양이 적어서 속상한 것도 잠시. 류준열은 “그만큼 일제가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던 위대한 승리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자신만의 해석을 전했다. 독립군 막사를 재현한 세트장을 봤을 때,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을 독립군들의 모습이 그려져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고.
‘봉오동 전투’는 상대적으로 기록이 많지 않은 시대인 1910년부터 1945년 광복이 되기까지의 시대를 담고 있다. 1910년 일제의 식민지가 된 후 철저하게 일제의 입장에서 모든 것이 기록되고 남겨지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봉오동 전투는 당시 발행됐던 독립신문과 홍범도 일지, 몇몇 문서 기록들, 간신히 살아남았던 분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뿐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제작진이 방대하게 흩어진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토한 후, 1920년 12월 25일자로 발행된 독립신문 제88호를 기준으로 하게 되었다.
류준열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숫자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 이름 없는 독립군의 이야기인 만큼, 저 역시 균형을 맞추려 했다” 며 “제가 원래 독립군인 것처럼,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장하는 정규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인물로 자신의 목숨쯤은 기꺼이 내걸 수 있는 인물이다. 이장하의 군인다움은 ‘앞만 보고 달리며 노력하는 모습’이다.
류준열은 이런 이장하의 군인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목숨까지 내 던져서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본인이 잘못될 수 있다는 계획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임무를 지원하는 이장하의 모습은 류준열을 통해 더욱 힘을 얻었다. 류준열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이라고 하더라도, 나라를 위해서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인물이다.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나아가는 이장하를 표현하려 산을 오를 때도 앞만 봤다. 처음엔 발을 헛디디기도 했지만 많이 애를 쓰니 익숙해졌다. 힘들었지만 큰 부상 없이 촬영을 잘 끝낼 수 있었다”며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류준열은 필사의 달리기부터 첫 와이어 액션까지 두려움 없이 도전해 류준열표 질주액션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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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대장 이장하 역을 연기하며 류준열은 ‘봉오동 전투’를 촬영하며 산을 원 없이 뛰어봤다고 했다. 그럼에도 함께 호흡을 맞춘 유해진 선배의 속도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류준열은 “이번 영화에 특별히 많이 남아 있는 마음은, 정말 실제 독립군 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썼구나라는 거다. 그래서 숙연해지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류준열에게 ‘봉오동 전투’는 모두의 믿음이 모인 영화이다. ‘봉오동 전투’에 이어 늘 시대가 원하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배우 류준열. 그는 연일 영화 작업을 이어오던 중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류준열은 “ 잠깐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며 “진짜 바람은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사진=쇼박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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