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의 발언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정치논리에 따라 투자 대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보여 공단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세계 3대 연기금 이사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놀랍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익률을 위해 냉철한 투자원칙을 고수해야 할 이사장의 입에서 신중하지 못한 정치적 발언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의 언급에 대해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기금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중해야 할 투자 결정을 감정에 휘둘려 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치인 출신인 김 이사장의 정치편향적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후 투자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개입으로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일으켰을 때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오히려 중립적인 연금자본주의”라며 코드를 맞췄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기 위해 국내 부품·소재 기업에 조(兆) 단위의 자금을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임대주택 펀드론과 해외자원개발 등에 국민연금을 끌어들였던 것처럼 이번에는 극일(克日) 자금으로 동원하겠다는 뜻이다.
언제까지 국민연금을 정권의 ‘쌈짓돈’처럼 사용할 셈인가. 국민연금은 지난해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익성 개선은 기대난망이다. 국민의 미래를 담보로 한 정치놀음을 멈추고 수익성 개선에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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